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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ro Dec 28. 2023

식민지에 세운 망명정부

지난여름 인도에 처음 다녀왔을 때, 어느 분이 물었다.

"맥간에도 다녀오셨겠네요?"

"아니요"라고 숙제 안 한 초등학생처럼 답했다.

이번에 몇 사람에게 물었다.

"맥그로드 간지가 무슨 뜻이에요?"

델리, 암리차르 등지에서 왔다는 현지인들은 똑 소리 나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사리를 걸친 60대 중후반쯤 아주머니의 설명이 제일 이해하기 쉬웠다.

"간지는 그냥 동네, place야. 맥그로드는 여기 고위관리, official였던 사람 이름이야."

길디 긴 위키피디아 두줄 요약이었다.

영국 식민지 때 펀자브주의 부지사가 여름 휴양지로 자주 방문했던 이곳을 아예 자기 이름을 붙여 명명한 것이다.

간지(ganj)는 산스크리트어로 이웃동네를 뜻한다.

참새가 방앗간 스치듯 인도 초행자들이 들르는 곳 델리의 빠하르 간지가 '언덕이 있는 이웃동네'(hilly neighborhood )란 뜻이라는 걸 이제 이해할 것 같다.

그러니까 맥그로드 지는 맥그로드 상전께서 자주 들르셨던 이웃 마을이었던 것이다.

대단한 권세다.

자기 이름을 빌어 수천 년 세월의 원주민 마을 이름을 바꿔놓았으니 말이다.

맥그로드 간지,

'작은 히말라야' 다울라드하르 산맥의 정상이 만년설을 이고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인도의 티베트라고 부른다. 1959년 14대 달라이라마가 히말라야를 넘고 넘어 이곳에 망명정부를 꾸렸다. 우리가 다람살라라고 부르는 곳은 인도인들이 주로 거주는 아랫마을이고 티베트인들이 사는 윗마을이 맥그로드 간지다.
긴 세월 식민 치하에서 핍박받던 나라가 내준 들어선 망명정부라니... 아이러니다.

아니다. 오히려 동병상련이었을 것이다. 침략의 피해자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식민의 밤하늘에도 별은 떠있었을 것이다. 제국주의자가 보지 못한 밤하늘의 별을 윤동주 시인이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비폭력은 폭력을 이긴다.

간디의 정신이다. 달라이 라마의 설법이다.

과연 그럴까?

맥간에서, 나는 그것이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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