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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ro Jan 07. 2024

달라이 라마에게 물었다. "여성에게 유혹을..."

8시 20분에 떠야 할 비행기는 좀처럼 움직이지 았다.

활주로를 점령한 자욱한 안개가 걷힐 기세가 아니었다.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라도 해얄 지 싶었다.

2시간 연착한 비행기는 정오가 가까워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멀리 설산이 달려가고 있었다.

맥그로드 간지, 맥간에 온 것이다.

인도의 영국 식민지 시절 펀자브주 부지사였던 '맥그로드의 이웃 마을'이란 뜻의 맥그로드 간지는 이제 더 이상 맥그로드의 통치구역이 아니다.

이곳의 주인은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다.

시골 공항의 작은 서점에서부터 그의 영역은 확실하게 감지된다.

CNN에서 방송한 달라이 라마의 인터뷰가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아마 10년도 더 지난 듯싶다.

솔직히 그때는 달라이 라마보다 앵커가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가령, 이 같은 질문을 던질 때였다.


"성하!"

앵커는 달라이 라마를 교황을 높여 부를 때와 똑같이 'Your Holiness'(성하, 聖下)라고 호칭했다.

망명정부의 수반에게 던지는 질문의 핵심은 당연히 중국과 미국 등 국제 역학관계였지만 정작 내 관심을 끈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인터뷰 말미쯤 이런 돌직구를 던지는 것이 아닌가!


"여성에게 유혹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돌발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이랬다.


"물론이지요. 하지만 나는 단 한시도 내가 승려란 사실을 잊은 적이 없어요."


열네 번째 티베트의 지도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달라이 라마는 세계의 영적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통한다. 세계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하는 글로벌 리더 10위권에 항상 랭크되는 인물이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YouGov)가 실시한 조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앞서기도 했다.

정신적 지도자를 인기투표하듯 한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티베트인들만이 아니다.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에서부터 가수 레이디 가가에 이르기까지 서구의 셀럽들은 달라이 라마를 정신적 지주로 삼고 따른다. 이번 여행에서 멀찌감치에서나마 그를 봤음 좋겠다.

무엇보다 살인적인 뉴델리의 미세먼지가 싸악 걷힌 하늘이 좋다.

쾌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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