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나보다.
거의 매주 결혼식이다.
혼주로부터 답례품으로 시집을 받아보는 건 처음이다.
"이 시집이 000-000의 인생 항해에
작은 등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라고 노래했지만,
딸을 보내는 선배는
'예순 살 즈음에'란 제목으로
"봄날의 오후 참 오래된 연인들처럼 비가 내렸다"라고 읊었다.
열기 속의 80년 대
우리들 눈엔 나날이 핏발 서렸지만
선배의 눈엔 늘 안개비가 내리는 듯했다.
서사의 광야에서 서정을 노래한 시인의 감성이
얼마나 나를 울렸겠나마는
그가 건넨 시집 속에서 오늘 나는 다음과 같은 싯귀에
바람 멎듯 잠시 숨을 멈췄다.
눈을 뜨고 죽고 싶었던
겨울에서,
이제는 한없이 바람에게 말을 걸고 싶은
봄나무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봄나무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