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can pie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나날들
돈 맥클린은 2003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merican Pie'는 너무 길었고 히트곡이 될 수 없었어요."
'Vincent'만 연상하는 사람들에게 어찌 보면 그의 예측은 당연하다.
러닝타임 8분 30초, 평범한 팝송 서너 배는 되는 이 긴 곡을 어느 방송사가 끝까지 틀어줄 수 있었겠는가.
보헤미안랩소디도 아니고.
그런 '아메리칸 파이'가 졸지에 급부상했다.
아침에 눈 떠보니 유명인사가 돼 있더란, 바이런처럼.
정치인들의 영향력은 참 대단하다.
옐친이 춤을 추고, 장쩌민이 일렉기타 연주 폼을 잡고, 노태우가 베사메무초를 부르면
다음날 아침 미디어 헤드라인을 장식하니 말이다.
그 역량은 별개이겠지만...
잠자고 있던 그의 LP를 꺼낼 수밖에...
A면 첫곡이다.
이 노래엔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짙게 배어 있다.
A long long timr ago
I can still remember
How that music used to make me smile
오래전
음악이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해 주는지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
그런 기쁨을 준 젊은 날의 우상들-버디 홀리, 리치 발렌스-의 비행기 추락 소식을
돈 맥클린은 이렇게 표현했다.
Bad news on the doorstep
I couldn't take one more step
나쁜 소식이 전해진 그날 아침
난 한 발자국도 띨 수 없었지
내게도 이 비슷한 경험이 있다.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
이런 독백은 JSA 영화 속 송강호만 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그랬고 우리 모두가 그랬었다.
아메리칸 파이는 내 젊은 날의 우상, 그가 떠난 세상, 다시 올 수 없는 지난날에 대한 노스탤지어다.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떠났고, 우리의 청춘도 끝났고 그 지점에서 우리의 음악도 함께 죽었다.
"그 많던 오리 떼는 다들 어디로 갔을까?" 걱정하던 한겨울 센트럴파크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good old boys were drinking whiskey 'n rye
Singin' this'll be the day that I die
나이 든 멋진 남자들은 호밀위스키를 마시며
오늘이 바로 내가 죽는 날이 될 거라고 노래했죠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Did you write the book of love
And do you have faith in God above
If the Bible tells you so
사랑의 책을 써 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하늘에 계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있는지를
성경이 당신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Now do you believe in rock 'n roll
And can music save your mortal soul
And can you teach me how to dance real slow
그렇다면 난 당신이 로큰롤을 믿는지,
그리고 음악이 당신의 병든 영혼을 치유해 줄 수 있는지,
또 당신이 내게 천천히라도 춤추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지 묻고 싶어요
로큰롤을 좋아했던 세대에 바치는 찬가는 그러나 세월 속 묻혔다.
Drove my Chevy to the levee but the levee was dry
쉐보레를 끌고 강둑으로 달렸지만 강물은 벌써 말라있었죠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해야 하는데
막상 길을 나서니 다리가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저나 이 노랠 부른 만찬석상의 스타는 70년 대 돈 맥클린 인기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반백년 지난 뒤 이 곡을 소환해 준 것에 그저 감사할 뿐...
주말 아침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남는 게 시간이니,
이제부턴
B면을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