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김시원 아버지 김호성입니다.
먼저, 오늘 이렇게 저희 아이들을 위해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는 주말에도
축하의 발걸음 해주신 하객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이 짧은 덕담을 하라고 했습니다.
수습기자가 첫 번째 기사 쓰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해니야, 시원야, 축하한다.
이곳은 36 년 전 내가 언론인 연수를 받았던 곳이다.
지금의 너희들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시절이었지.
1995년 삼풍, 2000년 평양 , 2001년 뉴욕 , 2002년 필승 코리아,
배고플 때면 초코파이 먹으면서 취재현장을 지켰다.
그땐 아메리칸 파이 같은 건 없었다.
오늘 더 나은 평생의 반쪽을 만난 너희들에게 기-승-전-결로 네 가지만 전할게.
첫째 기, 시시 때때 여행 해라.
해니야 ,
시원이가 널 처음 보게 해 준 그날,
왕십리 오코노미야키 선술집에서 한잔 하며
내가 물었지.
가장 감명 깊었던 영화가 무엇이었냐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아트 디자이너 다운 답변이었다.
그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더구나.
“사랑하면 꽃봉오리처럼 마음이 활짝 열린다”
여행은, 마음이 열리고 가슴이 벅차오를 때 하는 것이다.
무릎에 물이 차기 시작하면 걷는 것도 힘들다.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둘이서 부지런히 다니길 바란다.
둘째 승, 행복은 지금 누리는 것이다.
행복은 퍼스트 클래스를 타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
얄팍한 지갑을 열어 이코노미 클래스 티켓을 수시로 끊는 것이다.
행복은 정기적금이 아니다.
만기 때 내 행복 주세요 하면, 유효기간 지났습니다 라는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물론 엄마는 여전히, 행여라도, 니가 먹게 될까 봐 유통기한 지난 스팸이 보석처럼 박힌 김밥을 내게 말아준다.
나는 기꺼이 먹는다.
니 엄마의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음을 믿기 때문이다.
셋째 전, 가족은 믿음 공동체다.
믿음은 스팸이 아니다.
믿음엔 유통기한이 없다.
해니야,
그동안 시원이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너를 보면서
사랑의 힘이란 참으로 위대한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음력이 헷갈린다는 이유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부모 생일을 스리슬쩍 패스하곤 하던
예비역 해병 김시원이
너를 만나면서 변하기 시작하더라.
만남 100일, 천일, 2천 일을 꼬박꼬박 기억하며
마침내 프로포즈 이벤트까지 진행했으니 말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영원한 내편이었던 네가
마침내 남편이 되는구나.
믿음이 있으면 설명이 불필요하고,
믿음이 없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발등 성할 날 없어도 서로 끝까지 믿으며
살기 바란다.
마지막 결, 사랑은 지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너를 통해 배운 것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단 말이 무슨 뜻이겠니.
질풍노도 같았던 10대와 20대를 너와 동행하면서 내가 깨친 게 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은,
바로 자식을 사랑하란 말씀이셨다.
시원아 명심해라.
사랑은 지는 게임이다.
지는 게 이기는 것, 잡혀사는 게 행복한 것이다. 내 나이 되면 아무도 잡아주지 않거든.
자식한테 지고 한 여자에 잡혀 사는 것,
모계중심의 사회에서 생존하는 금쪽처방이다.
해니야 젤 중요한 얘기 할게.
이제 시작된 내 인생 2라운드,
벌써부터 나는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
시원이 너보다 더 나은 반쪽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용돈 잘 주는 기특한 며느리’ 되지 말란 법 어디 있겠냐.
내 남은 인생,
백수로 살면서 백수를 누리고자 하니
깊은 뜻을 헤아려주기 바란다.
애는 내가 볼게^^
배들 고프시지요?
3행시로 클로징 하겠습니다.
사회자께서는 우리 기특한 며느리 이해니 석자를 운으로 띄워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런 날도 오는구나.
해, 방이다.
니, 들 말고 우리 ^^
하객 여러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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