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la place with 아니 에르노
"나는 천천히 쓰고 있다. 사실과 선택의 집합에서 한 인생을 잘 나타내는 실타래를 밝혀내기 위해 애쓰면서 조금씩 아버지만의 특별한 모습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글의 초안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고, 생각이 혼자 뛰어다닌다. 반대로 기억의 장면들이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오게 두면, 아버지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보인다. 그의 웃음, 그의 걸음걸이, 그가 내 손을 잡고 장터에 데려가고 나는 놀이기구를 두려워한다. 다른 이들과 나눴던 상황의 모든 조건들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나는 매번 개인적이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온다. " <아니 에르노, 남자의 자리, 신유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