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예전에 읽었던 책을 우연히 꺼내보다 밑줄이 그어져 있는 글을 만납니다. 다시 읽어보는 그 문장은, 분명 그때는 감동적이었거나 혹은 유용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밑줄을 그었을 텐데 왜 지금은 아무런 느낌이 없을까요?
가끔 그런 경험을 되풀이하다 문득 이런 과정을 밟아서 지금의 내가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어렸을 때 높아만 보이던 미끄럼틀이 성인이 된 이후 더 이상 무섭지 않듯이 여러 글과 경험을 접하는 사이 저도 한 뼘 더 자란 것일 테지요.
밑줄 친 그 문장이 더 이상 내게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그건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