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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르미 Nov 02. 2022

5화. 콘서타 복용을 중단하다!

우울증과 성인 ADHD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날까지 - [정신독립일기]


집중력과 주의력이 부족한 문제는 이젠 일상에 문드러질 대로 문드러져 익숙하기도 하고, 예전에 비해선 좋아진 거라 나름 만족하면서 살고 있었다.


예전엔 우울증이 심했기 때문에 성인 ADHD도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성인 ADHD는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다분하기에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다른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현재 나는 우울증을 다 떠나보냈기에 약을 중단할 결심을 한 것이다.


특히나 성인 ADHD는 지능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잘 활용하면 베네핏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여겨왔기에 약의 필요성을 절감한 적이 없었다. 콘서타를 복용하기 시작했던 건, 감정적인 충동이 성인 ADHD 때문인 것 같아서였다. 감정적 충동도, 집중력도, 주의력도 좋아진다면 현재 나의 수험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좋은 점을 얻을 수 없었다. ‘단기간 복용하고 어떻게 좋은 효과를 얻겠냐’며 일리 있는 비판도 가능하지만, 내가 가장 문제시 여겼던 건 약을 챙겨 먹으면서 찾아보게 되는 온갖 정보글과 영상, 후기글이었다. 처음엔 도움이 되고자 찾아보게 되었고, 관련 정보와 지식들을 모조리 검색해 공부하기도 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했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더 확실한 것은 이미 성인이 된 후라면 치료보단 ‘관리’가 적합하다는 거다.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약을 복용해볼까 고민했던 건데, 수험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던 건데, 인생 전반을 보면 지금 이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니까 신중히 선택하기로 했다. ADHD약 성분에는 중독성이 없지만, (현재 한국에 판매되는 약의 경우) 정신적 의존도를 키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뿐만 아니라 약을 복용하면서 내가 얻은 효과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약을 먹으면 이만큼 집중을 해서 해내는데 약을 안 먹으니 잘 안 되네, 그럼 약을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처럼 말이다.


약이 나쁜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약에 의존할 정도로 내가 위험한 상태인가?”라는 질문에서 나는 당당히 “아니요”를 외치고 싶다. 솔직히 수많은 후기글에서 나는 많은 의구심이 들었다. ‘이 분이 정말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일까?’라는.. 내 눈에는 지극히 정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이나 겪는 어려움이야 다르기도 하고 또한 내가 필요 이상으로 긍정적이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불완전함을 포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문제는 더 거대해지는 듯하다.


어린아이라면, 아직 사회화 과정도 건너지 못했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도 많은 만큼 자신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아서 약을 먹는 게 더 좋다. 하지만 어느 정도 커버린 '성인'인 경우에는 조금은 문제가 달라진다. 나만이 아는 충동성 행동장애는 있지만, 그걸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 하게 할 정도의 요령은 있어서 치료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 감정적인 충동 장애도 있지만, 이건 컨디션이 좋거나 잠을 잘 자면 빈도수가 확연히 준다. 컨디션이 안 좋을수록, 잠을 잘 자지 못할수록 심해지는 거라서 컨디션 유지만 잘해주면, 감정적인 충동은 잘 조절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약을 중단했다. 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있고, 약을 먹으면서 부작용에 예민해지는 것도 싫고, 지금까지도 난 잘 살아왔고, 현재의 나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남들의 기준에 닿을 수도 없고, 그들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도 난 여전히 달리는 중일 테지만, 나는 나의 불완전함을 올곧이 포용하기로 했다.


문제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되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아닌 게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다면, 세상살이에 나가떨어진다 하더라도 나는 웃을 수 있다. 약을 복용할 때도, 하지 않을 때도 달라진 건 없다. 난 그저 나일뿐이다. 다른 사람의 10분이 나에겐 1시간이라도 나는 여전히 나의 문제에 미소 지을 수 있다. '정상'과 '평범', '평균'을 경험해본 적이 없더라도 나는 이대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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