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안내서 첫걸음: <게임의 규칙>」

「사랑과 위선의 무도회, 영화가 비추는 사회의 거울」

by 채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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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속에서 무너지는 인간 –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

1939년 프랑스,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둔 시기. 장 르누아르의 영화 <게임의 규칙>은 당시 관객들에게 냉담한 평가를 받았다. 상류층의 위선과 몰락을 풍자한 이 영화는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작품은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게임의 규칙>은 귀족과 하인, 연인과 연적이 한 저택에 모여 벌이는 사랑과 질투의 소동극처럼 보인다. 그러나 르누아르는 이를 단순한 희극으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 그는 카메라를 한 발 물러세우고, 롱테이크와 딥 포커스로 인물들을 한 화면에 공존시킨다. 이 속에서 우리는 인간관계의 얽힘과 사회적 계급 구조의 균열을 동시에 목격한다.

특히 사냥 장면은 압권이다. 총성과 함께 쓰러지는 토끼와 새들은 단순한 사냥감이 아니다. 그것은 곧 사회의 규칙 속에서 희생당하는 인간의 운명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파티 장면에서 인물들은 춤추고 농담을 나누지만, 그 화려함 아래에는 이미 균열이 드러나 있다. 사랑과 우정, 신뢰와 윤리의 규칙은 무너지고, 남는 것은 파국뿐이다.

르누아르의 시선은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하다. 그는 인간의 위선을 폭로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연약함과 욕망을 이해하려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인간 조건에 대한 깊은 성찰로 다가온다.

오늘 우리가 <게임의 규칙>을 다시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겉으로는 규칙과 질서가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무너진다. 그리고 그 붕괴는 단지 과거 프랑스 상류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는 80년 전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여전히 현재를 꿰뚫는다. 그것이 장 르누아르의 위대함이고, 씨네필 안내서가 첫 작품으로 이 영화를 꼽은 이유일 것이다. <게임의 규칙>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믿는 규칙은 진정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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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 Byung-hyun FILM

A man who dreams of being a movie director and loves mo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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