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지 않는 배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by 제스민

나는 주 1회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초반에는 심리치료를 받는 느낌이었고, 괜찮아진 뒤에는 끊으려 했지만

어떡하다 보니 상담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요즘은 매주 심리학 전문 지식을 갖춘 언니와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오늘도 요즘 컨디션과 자주 하는 생각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늘 '감정을 억누르다 폭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말과 행동으로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

쉽게 말해서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특히나 가까워지기 시작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마음을 더 얻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때로는 그만큼

전과는 다르게 조심스러워지고, 괜히 더 앞서 생각하며

상대방의 감정을 유추하려 든다


원래 예민한 편에 상대방의 감정을 신경 쓰다 보면

때로는 쉽게 피곤해지기도 하고

상대방의 실제 마음과 다르게 짐작할 때도 있지만,

나는 나의 이런 면이

관계에서 대체로 긍정적이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왔다


중간이 제일 좋지만

굳이 둔한 것과 예민한 것, 한쪽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예민한' 편을 택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타인의 감정에 대한 생각, 내 나름대로의 '배려'가 배려가 아닐 수 있다?

뭐, 익히 들은 말이지만 딱히 와닿진 않았는데

오늘 심리상담을 하며 들은 '좋아하지 않는 배려'라는 말이 와닿았다


날 좋아했으면 해서.. 내가 좋아하니까, 에너지를 써서 하는 배려가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는 배려가 된다면 얼마나 힘 빠지는가!

나는 아닐 거라 생각했던 오만한 시야가 벗겨지는 순간...


그래서 생각해본 내가 하는 '좋아하지 않는 배려',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 배려'는

상대방을 생각해서 말하지 않는 거

였다.

서운한 것과 불편한 것들을

상대방이 들으면 부담되고, 관계에 어차피 좋을 거 없을까 봐 말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은 말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너무나 당연하기도 한 이 말이 막상 겪으니까 다르게 다가왔다


상담사분은 내게

상대방과의 관계성을 먼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내 마음을 먼저 확인해 보라고 하셨다

어떤 부분에서든 상대방과의 관계를 놓지 않고 싶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그땐 내 안에 있던 어떤 불편한 감정의 원인을 돌아보고 꺼내어 얘기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나에게는 머릿속에서 종종 맴돌던 불편한 감정을 상대방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래서 아, 일단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내 마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지 않는 타인의 배려는 무엇이었을지, 그것도 생각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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