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는 말 앞에서

우울증 극복기

by 신은미

나는 오랫동안 내가 우울증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의사는 내 상태가 조울증에 더 가깝다고 했다. 기분은 이유 없이 오르내렸고, 나조차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약을 먹어도 삶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아홉 번의 실직과 별거, 경제적인 어려움, 이유 없는 통증들. 그 모든 것들 속에서도 나는 멈출 수 없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는, 아프더라도 무너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살리기로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심리치료였다. 비용은 부담스러웠지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상담사는 내게 매일 일기를 쓰고, 스스로의 장점 열 가지를 적어보라고 했다. 처음엔 막막했다. 나에게 무슨 장점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남이 인정하는 장점이 아니라, 내가 인정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겨우 펜을 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씩 써 내려가다 보니, 이상하게도 나를 조금은 덜 미워하게 되었다.

불안이 밀려올 때면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괜찮아.” 그 단순한 말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다.

나는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나를 붙잡아 두기 위해서. 하루를 돌아보고, 나를 칭찬하고, 해야 할 일을 적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하지 못한 말을 미리 써보며 연습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조금씩 세상과의 대화가 쉬워졌다.

화를 참기 어려울 때는 종이에 마음껏 욕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마지막엔 나를 위로하는 문장을 남겼다. 종이를 찢어버리면, 감정도 함께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고 문장을 베껴 쓰는 일도 시작했다. 좋은 문장을 발견할 때면, 마치 낚시에서 월척을 건진 것처럼 마음이 들떴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다시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운동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감사한 것들을 떠올리며 나는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나는 완전히 괜찮아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의 나와는 다르다.
이제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이인증,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