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처음으로 ‘눈’을 생각하다

나는 시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by 신은미

난 시력이 1.0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살았다.

멀리 있는 글자도 또렷했고
불편함 없이 일상을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눈’에 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40대 초반,
아무렇지 않게 시작한 컴퓨터 작업이
내 시력을 낯설게 만들었다.

모니터 속 글씨가 흐릿하게 보였다.
초점을 맞추려 애쓸수록 더 번지고,
눈은 금세 피로해졌다.

이상했다.
나는 시력이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결국 처음으로 안과를 찾았다.

“노안입니다.”

짧은 한마디였다.
그런데 그 말은 묘하게 크게 울렸다.

노안이라니.
그 단어가 내 것이 될 줄은 몰랐다.

그동안 나는 ‘잘 보인다’는 감각에만 기대어
내 눈을 당연하게 써왔던 건 아닐까.

그날, 인생 처음으로 안경을 맞췄다.

처음 안경을 썼을 때
세상이 또렷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어지러웠다.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일할 때만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색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코에 남는 자국도 신경 쓰였고,
안경 너머로 세상을 보는 일이
어딘가 낯설고 불편했다.

‘나는 안경 없이도 잘 살았던 사람인데.’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안경을 깜빡하고
회사에 두고 오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날은 흐릿한 세상 속에서
대충 감으로 일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안경마저 흐릿하게 느껴졌다.

다시 안경점을 찾았고
검사를 받은 결과는 예상보다 빨랐다.

“노안이 조금 더 진행됐네요.”

조금이라기엔 체감은 컸다.

도수를 올려 새 안경을 맞췄다.
이제는 ‘안경’이라기보다
거의 돋보기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제야 알게 됐다.
시력은 한 번 좋았다고 해서
평생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몸의 변화는
언제나 조용히 시작된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눈도 관리가 필요한 ‘기관’이라는 걸.

잠깐씩 먼 곳을 바라보고,
눈을 쉬게 하고,
너무 오래 혹사시키지 않으려 한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내 눈을 돌보기로 했다.

선명함을 잃어가는 대신,
내 몸을 더 잘 이해하게 된 시간.

어쩌면
이것도 나쁘지 않은 변화일지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솥뚜껑 삼겹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