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셋이서~
“여보,
아이 초등학교 가기 전에..
우리 가족끼리 한번 떠나보자.”
나는 와이프에게 꽤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여행?”
“얼마나?”
“어디로?”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커졌다.
“뉴질랜드도 좋고, 일본도 좋고..어디든
그냥 우리 가족끼리.”
아이와 보내는 이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만들고 싶었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그렇게 나는 한 달이 넘도록 와이프를 설득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제주에서의 1년 살이를 선택했다.
MBC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에 우리의 사연이 닿아
출연까지 하게 되었다.
제주는 생각보다 더 좋았다.
아니, 너무 좋았다.
우리는 처음 계획했던 1년을 훌쩍 넘겨
7개월을 더 머물다 돌아왔다.
솔직히 말하면,
제주에 남고 싶었다. 정말로.
일자리도 알아봤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안정적인 선택지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예전에 사업을 하며 인연을 맺었던 대표님과
제주에서 술자리를 갖게 됐다.
이야기가 길어졌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그분이 갑자기 말했다.
“지금 우리 회사 CMO 자리가 공석인데요,
같이 일해보실래요?”
제안은 고마웠고, 무거웠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2024년 10월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IT 업계를 떠난 지
벌써 4년이 넘은 상태였다.
“대표님..
제가 3개월 정도만 먼저 일해보고,
그 이후에 계속할지 판단해봐도 될까요?”
그렇게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너무 오래 쉬었던 걸까.
바로 큰 역할에 투입되기엔
나는 생각보다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다.
“조금 더 해보고 판단해보는 건 어때요?
3개월은 너무 짧잖아요.”
대표님은 시간을 더 주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이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가 아니라는 걸.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더 남아 있으면
회사에 민폐만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얼굴 뵐 면목도 없을 것 같고요.”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회사를 떠났다.
다시, 원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미친 듯이 찾아봤다.
내가 뭘 잘하는지.
지금 시장이 뭘 원하는지.
과거의 성공도, 실패도, 자존심도 전부 꺼내
하나씩 해부하듯 들여다봤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머릿속에서 전구 하나가
‘딱’ 하고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