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바이킹스》에 한동안 빠져 살았다. 총 6개 시즌, 89편이라는 긴 호흡인데도 바쁜 일상의 시간을 쪼개서라도 기어이 화면 앞에 앉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어둡고 거친 미장센과 음악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화면 속 사람들의 눈빛 때문이었다.
드라마는 9세기 스칸디나비아의 소박한 농부 라그나르 로드브로크가 전설적인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나침반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거친 파도와 싸우며 불안에 떠는 동료들을 압도적인 의지로 다독이는 라그나르. 그 모습은 그가 단순한 약탈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내일을 짊어진 지도자임을 증명한다.
바이킹의 본거지인 북유럽은 빙하가 훑고 지나간 척박한 땅이다. 짧은 여름 동안 지은 농사만으로는 공동체 전체를 먹여 살리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그들이 택한 것은 약탈과 무역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약탈하는 바이킹의 눈빛은 탐욕이 아니라, '이번 겨울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와 싸우는 가장의 책임감처럼 느껴졌다.
그 처절한 눈빛을 보며 문득 교단에 서던 시절의 내 모습이 겹쳐졌다.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떠날 때면, 나는 그 아름다운 풍광을 온전히 즐겨본 적이 거의 없었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어쩌나, 아이 한 명이라도 길을 잃으면 어떡하나, 숙소에서 아이들끼리 다툼은 없을까. 걱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이들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정작 내 눈앞의 제주는 늘 안갯속처럼 흐릿했다.
오죽하면 방학 때 다시 제주를 찾아가서야 "여기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하며 새삼 놀랐을까.
생사를 건 바이킹의 항해와 나의 수학여행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들의 책임감이 벼랑 끝에 선 생존의 문제였다면, 나의 것은 교육자로서 짊어진 안전의 무게였다.
하지만 공동체의 내일을 책임지고 무리에 속한 이들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인도해야 하는 고단한 어깨만큼은, 본질적으로 닮아 있지 않았을까.
거친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잡아야 했던 라그나르의 고뇌가 남 일 같지 않게 다가온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Ao--zWES-o
Viking Music - Ivar the Bonel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