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즉 소통이 지능이다

뇌의 시냅스에서 엔비디아의 NV Link까지

by 정희

1.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얽혀 있는가'

인간의 지능을 결정하는 것이 뇌의 크기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 뇌과학은 지능의 핵심이 뇌세포의 개수나 물리적인 부피가 아니라, 신경세포 사이를 잇는 시냅스의 효율성에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무리 뛰어난 뉴런을 많이 가졌어도 그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통로가 좁거나 엉성하다면, 뇌는 그저 거대하고 둔한 에너지 소모 장치에 불과해진다.

결국 지능이란 개별 세포의 성능이 아닌, 그들이 만들어내는 망의 연결 밀도인 셈이다.


2. 엔비디아의 야심, 칩을 넘어 시스템으로

이러한 생물학적 원리는 오늘날 AI 반도체 산업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엔비디아는 GPU 하나의 성능을 높이는 일에도 공을 들이지만, 'NVLink'라 불리는 연결 기술을 더 발전시키는 데도 힘을 쏟는다. 아무리 강력한 GPU라 해도 수만 개를 한데 묶었을 때 그들 사이의 데이터 소통이 가로막힌다면 전체 시스템은 제 성능을 낼 수 없다.

수천 개의 GPU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뇌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것, 즉 컴퓨팅의 시냅스를 구축하는 것이 엔비디아가 향하는 방향 중 하나다.


3. 브로드컴, 연결의 가치를 일찍 알아본 기업

이런 맥락에서 보면 브로드컴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도 명확해진다. 브로드컴은 맞춤형 AI 칩인 ASIC도 제작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데이터 센터 안에서 수많은 칩이 막힘없이 대화를 나누게 하는 스위치와 네트워킹 인프라를 만드는 기업이다.

이 분야에서 시스코, 마벨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독자적인 강점을 쌓아왔다.

세상이 개별 뉴런의 화려함에 환호할 때, 브로드컴은 그 뉴런들을 잇는 신경다발의 가치를 일찍부터 알아보고 조용히 그 역량을 키워왔다.

연결되지 않은 지능은 고립된 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4. 우리의 삶도 결국은 연결의 총합

뇌의 작동 원리든, AI 산업의 흐름이든 결국 본질은 하나로 귀결된다. 개체의 성능보다 전체의 연결 효율성이 시스템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교직에 몸담았던 시절, 나는 조별 학습을 즐겨 활용했다.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 되어 개념을 설명하고, 협동하여 인포그래픽을 제작하며, 열띤 토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지식의 폭발적인 시너지가 생겨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많은 뉴런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거대한 지능을 형성하는 과정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요즘 후배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연결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가치 있는 일인지를 새삼 느낀다. 한 아이에게 과제가 몰리거나, 마음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원을 배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건강한 연결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그것을 가르치고 설계하는 일이 교육의 본질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나만의 통찰로 빚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칩과 칩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흐르는 그 긴밀한 연결이야말로 우리를 더 지혜로운 존재로 만드는 진짜 지능이다.


이 글은 기술의 흐름과 삶의 연결을 고민하며 쓴 개인적인 에세이입니다. 투자의 지표로 삼지 마시고, 읽을거리로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