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을 교단 위에서 비교적 단정한 옷차림과 정제된 언어로 살아왔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주는 무게는 늘 어깨를 펴게 했지만, 동시에 나를 일정한 틀 안에 가두기도 했다.
그런 내가 60대에 접어들어 인생에서 가장 시끄럽고 요란한 취미를 만났다. 바로 줌바 댄스다.
처음에는 줌바 댄스가 '아줌마들이 추는 춤'을 줄인 말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뭐 아줌마들이 많이 추기는 한다. 춤과 운동과 음악이 절묘하게 합쳐진, 운동처럼 느껴지지 않는 운동.
처음 줌바 수업에 들어갔던 날을 기억한다. 귀를 찢는 듯한 라틴 비트, 형형색색의 운동복, 한겨울인데도 계절을 잊은 듯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 사이키 조명과 미러볼 사이에서 혼자 쭈뼛거리던 나. 그런데 음악이 시작되고, 심장 박동이 비트와 맞아떨어지는 순간 — 교단 위의 내가 잠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벌써 4년째다. 매일 한 시간, 나는 아내도 어머니도 선생님도 아닌, 그냥 춤추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줌바는 잘 춰야 재미있는 춤이 아니다. 옆 사람과 스텝이 꼬여도, 손동작이 조금 엉성해도, 땀을 흘리며 웃으면 그만이다. 함께 추는 이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이 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편과의 갈등도, 시댁과의 피로감도 조금은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나도 그렇다. 무언가가 해결된 건 아닌데, 조금 작아진다.
오늘도 운동화를 조여 매고 스튜디오로 향한다. 거울 속의 내가 여전히 서툰 건 4년 전과 다를 바 없다. 다만 그땐 몰랐다. 서툴러도 괜찮다는 걸, 이 나이에 배우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