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부라는 이름의 짧고도 무거운 문장들

by 정희

아직 3월이 오지 않았으니, 학교 현장은 생기부 마감 준비와 신학기 일정 조율로 한창 바쁠 것이다. 방학 중임에도 교사들이 집과 학교를 오가며 수정과 대조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터다.


나 역시 교직에 몸담았던 시절, 겨울방학이면 거의 모든 시간을 생기부 작성에 매달렸다. 혹여 잘못 기재된 내용은 없는지, 오타는 없는지 눈에 불을 켜고 모니터를 응시하던 그 시절이 눈에 선하다. 비록 지금은 교단을 떠났지만, 이맘때면 느끼던 그 특유의 긴장은 여전히 피부에 와닿는 듯 생생하다.


생기부 철이 되면 교무실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쉼 없이 들려오는 자판 두드리는 소리, 머리를 쥐어뜯는 고뇌 섞인 한숨 소리. 그 당시에는 참 숨 가빴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 또한 치열했던 삶의 한 조각이자 귀한 추억이 되었다. 이런 마음을 글로 쓰고 있다는 걸 알면, 지금 한창 고생 중인 후배들은 나에게 귀여운 투정을 부릴지도 모르겠다.

'선배님은 좋겠다. 생기부 작성 안 해서.'


생기부 작성은 아주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지켜야 할 글자 수, 기록 가능한 내용과 금기어 등 머릿속에 넣어야 할 규칙이 참 많았다. 작성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어 동료들에게 슬쩍 질문을 던지면, 누구 하나 거절하는 법 없이 명쾌한 답을 내놓곤 했다. 그 방대한 지침을 다 기억하고 있는 동료들의 명민함에 놀라고, 자기 일처럼 함께 고민해 주는 그 정성에 매번 감동했다.


작성하다 보면 가끔은 마치 나의 펜 끝에 아이의 대학 합격 여부가 달려 있는 듯한 중압감에 짓눌리곤 했다. 내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결정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물론 입시의 결과는 아이의 성취와 생활 궤적이 결정짓는 것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아이 하나하나의 활동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짧은 문장 안에 그 아이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한참을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싸맸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기부와 씨름하며 머리를 싸매고 있을 후배 선생님들. 참으로 고생이 많다. 부디 생기부 마무리를 무사히 끝내길 바란다.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한 해에는 여러분의 진심을 알아주는 아이들을 만나, 더 많은 웃음으로 교실이 채워지길 바란다.


먼저 길을 걸어간 동료 교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