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좋을 순 없지

by 정희

얼마 전 치과 치료를 받으며 양치 교육을 다시 받았다. 나의 양치 습관이 영 잘못되어 있었던 거였다. 교육 후 이를 정석대로 잘 닦기 위해 전동칫솔을 구입했다.


낯선 물건이라 처음에는 좀 불편했는데, 자꾸 쓰다 보니 참 편리했다. 줌바 댄스 크루들에게 이 신문물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자랑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나는 원래 메니에르병을 앓던 사람이었는데, 전동칫솔이 규칙적으로 턱관절에 진동을 주자 이 병이 다시 도진 것이다. '위잉' 소리를 내며 내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던 그 기특한 물건이, 사실은 내 머릿속 평형감각을 흔드는 주범이었다니.


15년 전쯤, 처음 이 병이 찾아왔을 때가 생각난다. 5월 연휴를 하루도 빠짐없이 즐기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어지러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온 세상이 빙빙 돌고 토하기까지 하니 너무나 힘들었다. 화장실 가는 길이 천 리 길처럼 멀게 느껴졌다. 급히 응급실을 찾았고, 의사는 메니에르에 의한 이석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의사의 진단이 내려지기 전, 무엇보다 나를 공포스럽게 한 것은 혹시 큰 병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라, 엄마가 없으면 얼마나 슬퍼할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더 괴로웠다.


이번에는 그때만큼 무섭지는 않았다. 원인이 전동칫솔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곁에서 딸이 본인의 경험을 얘기해 주며 위로해 주었다. 딸도 어지럼증으로 고생했을 때 멀미약이 도움이 되었다며 내게 건네주었다. 비록 아무 효과는 없었지만 큰 의지가 되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아갔다. 처방받은 약을 먹으니 정신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마치 깊은 수렁에 빠진 듯 잠을 잤다. 깨고 나니 약간의 어지러운 후유증은 남아있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사실 나는 약간의 난청이 있다. 이비인후과 검사에서 오른쪽 귀가 저음을 잘 못 듣는다고 했는데, 아마 이 병 때문이 아닐까 싶다. 친정어머니도 난청으로 보청기를 끼셨고 자주 어지러워하셨다. 유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도 그때 나처럼 심한 괴로움을 견디고 계셨던 걸까.


이 병은 정복 대상이 아니라 평생 달래며 가야 할 동반자인 듯싶다. 저염식을 습관화하고, 증상이 심해질 땐 약의 도움을 받고, 내가 좋아하는 줌바 댄스로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화려한 진동을 자랑하던 전동칫솔 대신 다시 예전의 평범한 칫솔을 잡았다. 느리고 번거롭지만, 내 몸엔 이 투박한 정성이 더 잘 맞는 모양이다.


오늘은 어지러움 때문에 춤도 못 추었지만, 내일은 꼭 줌바댄스를 추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