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의 영원한 퇴장

이제 나는 황금 사과를 따서 떠난다

by 정희




꿈을 꾸었다. 예전부터 잘 아는 분의 아이들이 혼자 남겨진 것 같아, 내가 데려와 밥을 먹이고 쉬게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꿈이었다. 정성을 다하면서도 내내 마음 한편이 불안했다. 혹시 그분이 기분 나빠하면 어쩌지.


내게 부족한 부분이 있어 서운해하면 어쩌지. 선의를 베풀면서도 상대의 기분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꿈.




꿈에서 깨어나 한참을 가만히 누워 있었다.


그 꿈속의 나는,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의 필요와 어려움을 먼저 살피면서 혹시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걱정하고 있었다.


이것이 어디서 왔는지는 대충 안다. 예민한 기질 위에 어머니의 지나친 잔소리가 내려앉았고, 이후 만난 몇몇 사람들의 가스라이팅이 그 위에 쌓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틀라스는 신들의 전쟁에서 패한 벌로 하늘을 어깨에 짊어지게 된다.

세상에서 잘못된 일이 생기면 어딘가에 반드시 나의 몫의 잘못이 있다고 믿으며,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아이들 앞에서도 그 무게를 내려놓지 못했다.


겉으로는 문제없이 일을 처리하면서도, 속으로는 밤새 되물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더 좋은 방법을 찾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지금 돌아보면, 참 열심히 살았다.


그날 아침, 꿈에서 깨어난 직후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 서글펐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며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이상 예전처럼 살지 말라고 꿈이 먼저 알아챈 것은 아닐까.




헤라클레스가 아틀라스를 찾아온 것은 황금 사과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지구를 짊어지느라 두 손이 막혀 있어서 닿지 못했던 것들. 잠시만 하늘을 대신 들어주겠다는 말에 아틀라스는 그 자리를 떠났다.


오랜만에 맨몸으로 땅을 밟으며, 그는 얼마나 가벼웠을까. 헤라클레스의 꾀에 속아 결국 하늘을 돌려받게 되는 결말이 아니라, 그 잠깐의 해방감을.


나는 이제 그 순간에서 돌아오지 않기로 한다.


천공을 떠맡는 일은 영원히 헤라클레스에게 맡긴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분석하느라 애써온 나는, 이제 그냥 조용한 관찰자로 있어도 된다. 나는 이제 황금 사과를 따서 나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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