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쓰는 글

by 정희

친정어머니에 관한 글을 여러 편을 썼다. 하지만 아직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 더 쓰고 있는데, 자꾸만 멈추게 된다.




동생의 잘못까지 내 탓이 되고, 억울해도 "네가 큰 애니까 참으라"던 어머니의 목소리. 그 말에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생보다 어머니를 한껏 노려보았다.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저 못된 것’ 이불속에서도 울분을 삭이지 못해 이불을 물어뜯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억울함이 목을 막았다.


설거지는 늘 내 몫이었다. "딸이고 제일 큰 아이니까 네가 해야지"라는 말 한마디로 수북이 쌓인 그릇들이 내 앞에 놓였다. 고무장갑을 꼈지만, 기름기가 있는 그릇의 미끄러움이 손에 느껴졌다. 어머니는 지나가면서 "저번에 보니, 깨끗하게 안 닦인 그릇이 있더라. 깨끗하게 잘 닦아라" 하신다. 그릇들이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가 어머니 잔소리 반주 같았다.




친정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을 쓰다가도 나도 모르게 "어머니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라고 한다.

주변 환경과 어머니의 사정을 탓하는 편이 내 마음을 지키기에 수월한가 보다.




반면, 얼마 전 쓴 시어머니에 대한 글은 술술 쓰였다. 나를 힘들게 했던 일들을 마치 남의 일인 양 냉정하게 기록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도 흠칫 놀랐다. 피를 나누지 않은 '계약적 관계'였기에 그런가.


친정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마음에 글을 멈추었음을 안다.

어쩌면 영원히 친정어머니에 대한 글을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이 멈춘 그 자리가 바로 지금 내 마음이 머물고 있는 지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