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아이의 서툰 첫걸음

by 정희

딸이 차를 샀다. 2년을 고민하다 중고차를 뒤지고 뒤져서 간신히. 면허는 있어서 법적으로 문제는 없으나, 처음 하는 사람에게 운전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일까.




며칠을 운전 때문에 괜히 차를 샀나 보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아빠에게 도로연수를 받기로 했다.


운전을 못 하는 내가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가고 싶지 않았으나, 결국 함께 가게 되었다.

차에 앉은 아이는 마치 시험장에 들어선 수험생처럼 긴장해 있었다. 손은 미끄러질까 꽉 조여 잡았고, 눈은 앞 유리창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사이드미러를 보라고 했지만, 시선을 옮기는 순간 차선에서 벗어날까 두려워 끝내 보지 못했다. 아빠가 대신 사이드미러를 보고 얘기를 해 주었다. 차선 변경을 앞두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난 할 수 있다'라며 자기 최면까지 걸었다.


작은 실수라도 차에 흠집이 날까, 혹은 사고가 날까 두려워 온몸에 힘을 주고 운전대를 붙들고 있었다.

걱정스러움이 뒤에 앉아 있는 내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내가 보기엔 아주 차분하게 운전을 잘하는 것 같았다. 30분쯤 지났을까. 아이는 말없이 차를 세우고 핸들에서 손을 놓았다.




아이가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태어날 때부터 좀 작게 태어난 아이여서 걸음마를 떼기가 엄청 힘들었다. 우리는 걱정이 많았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못 걷는 것은 아닐까.


아이가 힘없는 다리로 아무것도 잡지 않고 일어나 비틀거리면서 한 걸음 내딛던 순간. 온 가족이 박수를 치고 웃으며 우리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설 수 있다며 행복해하던 기억. 그날 아이의 어리둥절하면서도, 어른들이 환호하니 자랑스러워하던 표정. 기저귀를 찬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아직은 다리에 힘이 없어 금방 주저앉던 당황한 얼굴.

아이로서는 또 하나의 언덕을 넘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때도 아이는 제 몫의 길을 헤쳐 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굽이굽이를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추운 날씨에 어깨를 움츠린 채 선생님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던 아이. 내 기억 속 앨범을 펼쳐보면, 아이는 언제나 작지만 단단하게 자기 앞의 문턱을 넘어왔다.




그런 아이가 커서 성인이 되어 운전을 하며 또 다른 굽잇길을 맞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이 들지만, 아이가 고비고비를 넘겼듯이 이것도 잘하리라고 믿는다. 언제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