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 후 꼬불꼬불한 나의 긴 머리는 마치 한 광주리 된 듯 정신없어져 버렸다. 내가 손질을 잘 못해서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좀 정리를 해야겠다.
머리를 손질하다가, 내가 젊은 시절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록 그룹 ‘들국화’의 전인권 씨가 떠올랐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주인공 메리다처럼 지금 꽤 야생적인 상태였다.
“나의 과거는 어두웠지만, 이제는 앞만 보고 가야지. 행진, 행진, 행진하는 거야.”
그룹 들국화를 친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보컬 전인권의 노래는 뭔가 날것의 절박함 같은 게 그대로 실려 있어서 "이게 뭐지?" 싶은 충격이었다. 그 내지르는 고음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한 번은 내 세상을 향해 소리 질러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펴졌다. 이 노래들은 나의 젊은 시절 응원가였다. 특히 긴 머리를 꼬불꼬불하게 파마한 전인권 씨의 외모는 예술가의 풍모가 풍겨 너무 멋있었다. 그의 머리가 멋있었던 건 그 헝클어진 결 속에 당당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속에 고인 괴로움이나 다짐을 걸러내지 않고, 찢어지는 목소리로 단숨에 뱉어버리는 그 투박한 정직함 말이다.
거울 속 내 머리는 폭탄 맞은 듯 뒤엉켜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 무질서함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동경했던 '정제되지 않은 목소리'를 닮은 것도 같다. 주변엔 메리다라고 둘러댔지만, 사실 나는 전인권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일 아침에도 나는 이 흐트러진 머리를 휘날리며 나만의 세상을 향해 다시 '행진'해 볼 생각이다. 내 머리가 내 맘 같지 않은 것처럼, 삶 또한 내 맘 같지 않겠지만 그게 뭐 대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