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영웅담에 열광하는가

by 정희

51%의 확신과 49%의 두려움을 안고 계산기를 두드렸던 그 찌질한 과정이, 사실은 가장 인간적인 영웅담이 아닐까.


우리는 살면서 직면한 문제들이 영웅이 나오는 영화처럼 쉽게 해결되기를 바랄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경제적인 문제, 건강, 그리고 노화 같은 것들 말이다. 또한 내인생을 괴롭히는 빌런을 물리치는 것도.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지만 끝내 해결하지 못한 채 그저 안고 사는 것, 그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가끔 영웅담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슈퍼맨이나 아이언맨처럼 모든 문제를 아무런 제약 없이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어떤 중요한 목표를 달성한 뒤 그것을 영웅 서사로 포장하는 이들을 본다. 창업해서 크게 성공했다든지, 남들이 선망하는 시험에 합격했다든지 하는 사례들이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다. 열정이 있었고, 포기하지 않았으며, 결국 해냈다는 것이다.

그들의 화려한 성공담을 들은 후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허탈함은, 나는 왜 저들처럼 순수한 열정으로 노력하지 못했던가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열심히 노력했고 큰 리스크를 감수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했을 경우 자신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며, 나름의 대비책도 마련해 두었을 확률이 높다. 과연 순수한 열정만으로 그 지난한 과정을 견뎌낼 수 있었을까.


우리는 왜 자신이 치밀한 계산기였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할까. 아마도 운과 우연, 순수함이 섞여야 그 성공이 더 신화적으로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포장된 영웅담은 사람들에게 헛된 환상을 심어준다. 마치 계산 없이 뛰어들어도 열정만 있으면 다 될 것처럼 말이다. 매일매일 계산하고, 실패를 대비하며, 때로는 지루한 싸움을 견뎌내는 것.


그 과정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포장지 속 신화보다 포장지를 걷어낸 현실이 훨씬 더 묵직하고 숭고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