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를 통해 본 물건 구매 심리
코스트코를 오래 다니다 보니, 쇼핑카트 속 물건을 보면 그들의 삶이 보이기도 한다.
코스트코에서 사는 물건에 대한 가장 확실한 정보는, 타인의 카트 속에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떤 물건을 담았는지 유심히 보다가 "어, 저런 게 있었어? 나도 사야지"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의 카트는 일종의 '실시간 베스트 목록'인 셈이다.
2주 전 방문 때 계산대 줄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내 앞사람의 카트에 예쁜 포장의 접시가 놓여 있었다. 기하학적 무늬에 알록달록한 색감이 예뻤고, 개인 앞접시로 쓰기에 딱 좋은 크기였다. 가격도 저렴했다.
당장 가져오고 싶었지만 이미 계산대 가까이 서 있던 터라 포기하고, 다음에 오면 꼭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 앞 카트의 남편분이 우리 카트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부인에게 딸기를 사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부인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고, 아저씨는 아쉬운 듯 우리 카트의 딸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순간 저 아저씨가 우리 딸기를 가져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쪽 접시가 탐나고, 저쪽 남편은 우리 딸기가 탐나는 상황. 그 아이러니가 꽤 웃겼다.
집에 오는 길에 남편과 그 이야기를 했다. 아직 계산하지 않은 다른 사람 카트의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계산 전의 물건은 엄밀히 아직 매장 것이니, 가져간다고 해서 그 손님의 물건을 훔친 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코스트코 것을 가져간 건가. 그것도 좀 이상하다.
남편은 어쨌든 절도는 절도일 거라고 했고, 나는 아닐 것도 같았다. 아까 우리 딸기를 보던 그 아저씨의 간절한 눈빛이 자꾸 생각나서, 진지하게 따져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제는 딸, 남편과 함께 코스트코에 갔다. 명절이 지나면서 냉장고가 거의 비어 있던 터였다. 습관처럼 주변의 카트를 살폈더니, 거의 모든 사람의 카트에 딸기가 담겨 있었다. '싱싱하고 가격도 싼가 보다. 딸기는 꼭 사자.' 카트에 담았다. 아직 열지 않은 상자 안에서 풍겨 나올 진한 향기를 상상하면서.
딸이 함께 온 탓에 평소엔 잘 사지 않는 것들이 카트에 담겼다. 아이스크림, 팝콘, 빵, 동료들과 나눠 먹을 술까지. 그래도 오랜만에 온 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두기로 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카트 가득 과자를 담은 젊은 부부를 스쳐 지나갔다. 아직 아이가 어린가 보다, 싶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친정어머니도 나만큼이나 코스트코를 열심히 다니셨다. 우리는 가끔 "우리 엄마는 코스트코를 사랑해"라며 놀리곤 했다.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그렇게 말하곤 하지만.
어머니의 카트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을까.
조카에게 맛있는 요구르트를 만들어 주기 위해 늘 사셨던 냉동블루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