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실에서 방문 조사를 해서 승강기 교체 여부를 묻더니, 승강기 교체가 승인이 났나 보다. 교체를 했다. 뭐가 좋아진지 모르겠다. 우리 아파트는 엘리베이터가 느리기로 유명하다.
배달하시는 분들이 엄청 화를 내신다. ‘이렇게 느린 엘리베이터는 처음 보네.’라며. 교체 후에도 여전히 느리다.
크게 하나 바뀐 것이 있다. 내가 집에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나에게 말을 건다. ‘몇 층 가세요?’ 처음에는 너무 신기해서 꼬박꼬박 대꾸를 해 주었다. ‘3층 가.’라고.
엘리베이터에 타면 늘 다른 층이 눌러져 있다. 어떤 경우에는 5층, 어떤 경우에는 10층. 센서가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는 층인 3층이 눌러져 있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얘가 귀가 좀 어두운 아이인 것 같다. 나도 가끔 난청으로 다른 사람의 소리를 못 듣거나 잘못 듣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도 엘리베이터는 나에게 몇 층 가냐고 묻는다. 요즘은 내가 대답을 안 해 준다. 어차피 잘 못 알아들을 것을 알기에.
한 번은 딸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서 있는데 몇 층 가냐고 묻기에 안 알려 주고, 딸과 둘이 수다만 떨고 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놀랐다. 우리의 이야기를 엿듣고 스스로 조합해서 여러 층을 눌러 놓았다. 4층, 6층, 9층 등.
귀가 어두운 사람처럼. 자기 멋대로 새로운 조합으로 창작해서.
나도 그러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