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더니, 봄치고는 꽤 쌀쌀하다. 영상 3도였다. 어쩌나 꽃이 이미 폈는데, 이렇게 기온이 낮으면, 벌과 나비가 나오지 못할 텐데.
꽃샘추위가 찾아오면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이건 시베리아 기단이 마지막 심술을 부리는 거란다 ‘라고 설명하곤 했다.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이맘때면 우리 모두 추위에 시달렸다. 교실 창가에 든 햇살은 분명 봄인데, 복도에서 밀려오는 바람은 여전히 칼날 같았다.
아이들은 ‘샘, 너무 추워요. 난방 좀 해주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보채는 아이들에게 나 역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곤 했다. "너희도 춥니? 나도 춥다." "난방 대신 각자 자기 팔이라도 열심히 문질러봐.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가발전'이자 마찰열이다!"
가만히 앉아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꽃샘추위는 손발이 곱아드는 시간이었을 테다. 하필 이맘때는 1차 고사를 앞둔 시기이기도 하다. 시험 압박에 무릎담요를 칭칭 감고 꾸벅거리는 모습은 짠했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시베리아 기단아, 혹시 우리 아이들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돌아온 거니? 이제 네 방은 '봄'이라는 새 손님이 예약했으니 어서 체크아웃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