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와 3차전 대비

by 정희

요즘 아파트 마당에 비둘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 비둘기가 새끼를 낳고 간 자리의 분변과 둥지 쓰레기로 분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남편은 매일 베란다를 내다보며 비둘기의 동태를 살핀다.


집 근처 공원, 물이 마른 호수 바닥을 보니 까치가 있었다. 그것도 엄청 많이. 딸은 그것을 보고, “엄마, 호수에 까치밭이 생겼어. 공원 측에서 올해부터는 호수에서 까치를 키우기로 했나 봐.” 하며 웃었다.


우리 아파트를 지켜야 할 까치들은 공원이 더 좋은가 보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지금은 비둘기가 몇 마리 보이지 않으나, 까치가 자리를 비운 것을 알면 비둘기가 다시 쳐들어올 수도 있다.


남편은 방공무기로 우리를 무장하지 않으면 또 비둘기에게 점령당할 수도 있다며 대비책을 마련하자고 한다.


특별히 할 수 있는 대비책이 있을까?

실외기 아래는 벽돌로 요새를 쌓고, 베란다 전면에는 그물망을 쳐서 제공권을 차단하겠다고 한다. 아직 적군이 선전포고도 하지 않았는데 너무 과한 것 아니냐며 나는 말렸지만, 사실 내 마음 한구석도 불안하다.


평화는 압도적인 무력에서 온다는 남편의 논리가, 거실 창문 너머 보이는 까치 없는 하늘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떠나버린 동맹군을 다시 불러들일 외교적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