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강암

by 정희

매년 4월이면 몸이 먼저 알아채고 무너진다. 지각 깊은 곳에서 견디다 지상으로 노출된 화강암처럼.


화강암은 지표 아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굳어진 심성암이다.

중생대, 지하 깊숙한 곳에서 마그마가 관입하며 형성된 이 암석들. 이 암석들이 세월을 견디고 지상으로 드러난 것이 우리나라의 화강암이다.

거대한 압력을 견디며 형성되었기에, 역설적으로 압력이 없는 지상에 노출되면 화강암은 쉽게 부서진다.


나의 4월은 늘 통증과 함께 왔다. 3월 개학의 분주함이 피로로 쌓여 긴장이 풀릴 때쯤, 나는 꼭 앓아누웠다. 아프면서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해야 할 일들을 두고 누워 있는 것에 죄책감마저 들었다.


이제는 정년퇴임하여 한가로운 몸이다. 그런데도 4월이 되니 몸은 어김없이 아프다. 학교 현장의 과로와 긴장은 사라졌으나, 내 몸은 그 시절의 힘듦을 기억하고 있나 보다.


석공들은 화강암이 참 다루기 까다로운 암석이라 말한다. 쉽게 결대로 부서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화강암 불상의 선이 날카롭지 않고, 그저 흐릿한 미소만을 머금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교라는 거대한 지각 아래서 나를 짓누르던 긴장이 사라지자, 내 몸은 팽창하며 균열을 일으킨다.

대리석처럼 매끄럽고 선명한 선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화강암 불상의 흐릿한 미소처럼 나도 이 부서짐을 가만히 받아들이고 있다.


옅은 미소를 머금고 산산이 부서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