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 찍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젊었을 땐 사진 속 부자연스러운 내 모습이 싫었고, 지금은 나이 든 모습이 너무 적나라해서 꺼려진다. 무엇보다 카메라를 꺼내 피사체를 조준하고 찰칵거리는 그 행위 자체가 버겁고 귀찮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내 삶의 궤적이 점점 사라져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진 대신 글로라도 나의 시간을 남겨야겠다고. 그래야 훗날, 그때의 나를 다시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에 이런 생각이 있었어?" 하고 내가 쓴 글에 내가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쩌면 필사적으로 잊고 싶었던 것들이 불쑥 튀어나온다.
민낯처럼 솔직하게 드러난 내 모습을 보며 나를 더 잘 알게 돼서 기쁘지만,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주변에서는 가끔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을 써보세요"라는 충고를 하기도 한다. 그 말의 의미도 알지만, 나는 여전히 내 글을 사랑한다. 내 글을 가장 집중해서 읽어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니까.
사라져 가는 나의 지난날을 붙잡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