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데드, 좀비 세상 속 생존과 리더십의 민낯

by 정희


가족들과 넷플릭스 드라마 《워킹데드》에 빠져 살던 때가 있다. 방학을 통째로 바쳐,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한 달 내내 그 이야기에 매달렸다. 좀비가 세상을 집어삼킨 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였다.


당시 나는 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리더십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 릭은 전직 보안관으로 소수의 생존자 집단을 이끈다. 초기에는 도덕과 인간성을 중시했지만, 극한을 겪으며 때로는 냉혹한 실용주의자로 변해간다. 그 반대편에는 폭력과 공포로 집단을 통제하는 리더들이 있었다. 강력하고 단호했지만, 결국 공동체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렸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 이 질문이 따라붙었다. 나는 교실에서 어떤 리더였을까.


권위와 통제로 질서를 만드는 게 편할 때도 있었다. 빠르고 확실하니까.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질서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릭처럼 고뇌하면서도 인간적인 가치를 놓지 않으려 했는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 질문이 불편하게 맴돌았다.


사실 《워킹데드》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위협은 좀비가 아니었다. 살아있는 인간들이었다. 이기적인 생존자, 잔혹한 약탈자 집단과의 사투가 드라마의 진짜 줄거리였다.


드라마를 한참 보고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딸아이가 불쑥 말했다.


"사람들이 아마도 다른 사람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죽이기 위해 좀비를 만들어 낸 것 같아요."


내가 한 달 내내 붙잡고 있던 질문의 답을 딸이 한 문장으로 말해버렸다. 워커는 그저 배경이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된다는 것, 그게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전부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