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작은 친절에서 시작된다

500원의 리뷰, 아빠의 실수, 그리고 J의 생일

by Heedo Shin

#루스트하귀포구점 #리뷰이벤트 #감정기록


[오늘도 루스트에서]


2025년 3월 20일, 목요일.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다 보면, 아주 짧은 순간이 보람이 된다.

그건 500원짜리 리뷰일 수도, 고쳐진 커피 기계일 수도 있다.

오늘은 그런 작고 조용한 성취를 몇 번 마주한 날이었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수영 레슨을 다니고 있다. 집에서 본래 도보 15분이 걸려 6시 30분에는 나서야 하지만, 아침마다 피곤해서 밍기적거리다 보니 요 며칠 늦장을 부리고 있다.


이 동네 풍경은 시간의 흐름이 조금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다.


다행히 아빠가 차로 태워다 주시니 3분이면 스포츠센터에 도착한다. 강습이 끝난 후에도 데리러 오시는데, 참 감사한 일이다.


아침마다 내가 커피 기계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 모습을 본 아빠가 직접 내려 마셔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런데 해보시더니 나를 부르며 안 된다고 하셨다. 캡슐 커피 기계는 물이 기계 안으로 들어가 순식간에 가열되며, 뜨거운 물이 캡슐의 커피 성분을 통과해 추출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냥 상온의 물을 넣으면 되는데, 아빠는 그걸 모르고 뜨거운 물을 넣으셨다.


내 생각에는 그것이 고장의 원인 같아 뜨거운 물을 빼고 상온의 물을 넣고, 기계 부품 일부의 통 안에 있는 액체를 비운 후 조정했더니 정상 작동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빠에게 퉁명스럽게 뜨거운 물을 넣으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더 세심하게 알려드리지 못하고 짜증 낸 것 같아 부끄럽고 한심하다.

‘안녕‘ 하면 손을 흔드는 B, 그리고 내 손에 놓인 커피. 오늘도 마음은 따뜻하다.


H 누나가 개업하기 전에 작성된 카카오맵상의 리뷰에 대해 운영진 측에 개업 전 리뷰라고 설명하며 사업자등록증을 첨부해 삭제 요청을 했으나, 하나씩 신고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가게 출근 전 하나씩 눌러 신고를 완료했다. 조금 귀찮기도 했고, H 누나가 내 노고를 크게 인정해 주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냥 했다. 오후 1시가 넘어가면서 내가 루스트에 낸 『500원의 행복』이라는 이름의 리뷰 이벤트로 인해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이 이벤트는 배달 주문 시 선택할 수 있는 추가 옵션으로, 500원에 뚱캔 탄산음료, 왕새우튀김, 혹은 달걀프라이 2개 중 하나를 추가할 수 있는 혜택이다.


이벤트에 참여한 손님이 약속대로 사진과 별 5개를 배달 어플에 올려 리뷰를 남겨주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 기분을 원동력 삼아 다음 좋은 이벤트 방향도 고려해 보아야겠다.


그러나 그 뒤로 배달 어플을 통해 주문을 해도 모두가 내 기대처럼 500원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고, 조금 실망스러웠다. H 누나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자며, 이 동네 사람들은 그러한 이벤트 참여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덤으로 사이드 메뉴를 주는데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오늘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주문할 내일을 기대해 본다.


아무리 바빠도, 이렇게 멀리 내 가게가 보이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요 며칠 동안 다시 돌아갈 독일 학교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해야 할 것들, 가령 집 구하기, 학교 원서 제출 기간 등을 현실적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가게 홍보에 매진한다는 이유로 그러지 못하고 있다.


종이 한 장 안에서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 오늘 따라 유독 감탄하게 됐다.


결국에는 해야 할 일이므로 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도 다가온다.


고양이, 책, 조명. 잔잔함이 테이블 위에 놓인 하루.


이제 여자친구 J의 생일이 금방 다가오고, 서울 가기 전에 선물도 준비해야 한다. 무얼 준비할지 내일 정하고, 내일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좋은 선물, 노력이 잘 가미된 선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나름의 좋은 부담을 느낀다.


조금은 지쳐 보였지만, 그래도 햇살 아래 묵묵히 하루를 버티는 중.


하루를 단단하게 만든 건, 결국엔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들이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은 주문이 들어오기를,

그리고 조금은 더 따뜻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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