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밖, 에그타르트 옆에서 시작된 상상
#루스트하귀포구점 #자영업일기 #제주생활
[기록은 멀리 있는 우리를 잇는다]
2025년 3월 19일, 수요일.
조용한 하루 속에서도, 마음은 많은 일을 겪는다. 가게가 비어 있는 동안 찾아온 감정들, 잠깐의 외출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 그 하루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다음을 고민하게 된다.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가게는 적막했다. 며칠째 이 시간대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텅 빈 테이블을 보며 찾아오는 무기력함과 공허함은 익숙했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사람이 많이 와서 활기차게 접대하고, 매출도 쭉쭉 올랐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날들은 유독 그런 바람이 간절해진다.
그러다 6시쯤 H 누나가 가게로 돌아왔다. 나는 잠시 바깥 공기를 쐬며 리프레시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30분 정도 밖에 나가기로 했다. 가게 근처의 에그타르트 가게가 떠올랐다. 마감 시간은 6시 30분.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에는 환경을 바꾸고 기분을 전환하는 게 필요했다.
전에 독립출판 페어에서 샀던 독일에서 지내는 8인의 성소수자들에 관한 잡지와 다이어리를 챙겨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에그타르트를 한입 베어 물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 짧지만 확실한 쉼이 찾아왔다.
그러던 중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나도 독일에 있으면서 한국어로 된 책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매달 한 호씩 나의 일기와 사진을 모아 잡지를 만들고,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 배달하는 거다. 이름하여 월간 나. 구독료: 무료. 내용: 나의 하루하루.
내가 모은 돈으로 투자하고, 내가 직접 편집하고, 매달 새로운 네이밍을 붙여서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것. 그럼 가족과 친구들과 계속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떨어져 있어도 함께하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생각이 많고 감정이 풍부한 편이라, 하루를 복기하고 정리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런 성향이 이 프로젝트와 딱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내가 독일에 있더라도 월간 나를 통해 하루하루의 소식을 정리해서 한국으로 보내면 부모님과 누나들도 내가 잘 지내는구나 하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엄마, 아빠가 내가 떨어져 있어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운동도 공부도 일도 잘하고 있다는 걸 알고 안심하셨으면 좋겠다.
기록하고, 정리하고, 만들어가는 즐거움. 그렇게 '월간 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기록은 나를 붙잡고, 멀리 있는 사람들과도 나를 이어준다.
오늘은 그걸 조금 더 실감한 하루였다.
익숙한 장소에서, 익숙한 템포로 하루를 보냈지만
그 속에서 떠오른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마음에 불을 지폈다.
언젠가 독일에서도, 이 글쓰기와 기록이 나를 지탱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매일의 기록이, 조금씩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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