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근과 양심의 무게

by 김이로

며칠 전 새로 알게 된 고기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육볶음용 앞다리살을 샀다. 택배를 뜯어보니 요즘답게 세련되게 디자인된 진공 포장 앞다리살이 들어 있었다. 세련된 건 앞다리살인데 왠지 내가 세련된 소비자 같아 기분이 좋았다.


또한 요즘 환경 문제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아이스팩도 화학물질 충전재가 아닌 100% 물로 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환경 친화적 소비자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더 좋아졌다. 만족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돼지고기 포장지에 쓰여 있는 한글 표시사항을 보는데 아뿔싸! 나는 한 근을 샀는데 590g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었다.


갑자기 내 안에 세련된 소비자도 환경 소비자도 없어지고 손해 보기 싫어하는 소비자만이 남았다. 바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컴플레인 글을 어디서 쓰나 찾아보는데, 상세 페이지에 쓰여 있는 글이 보였다. “돼지와 소를 직접 당일 도축해서 만들다 보니 무게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 쇼핑몰에서는 구매 시 가결제만 하고 실제로 물건을 보내드린 후 보내드린 중량에 맞는 가격만을 나중에 청구하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부끄러워졌다. 만약 내가 610g의 고기를 받았다면 10g어치를 다시 가져가라고 양심적으로 말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그때는 기분 좋아하며 누가 볼세라 바로 고기를 뜯어 냉동실에 얼렸을 것이다. 10g도 손해 본 것이 없었지만 10g의 양심의 무게만큼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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