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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an 14. 2023

영화 좋아하세요? 아니요.

토익 스터디를 하거나 소개팅을 하거나 신입 사원이 팀에 들어오거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이어 나갈 때 가장 흔한 방법은 취미를 묻는 것입니다.



보통은 취미가 무엇인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를 물어보지요. 그다음으로 많이 물어보는 게 바로 '영화 좋아하세요?' 아닐까요.



 한국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하나의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하는 N차 관람러, 특정한 감독의 팬이어서 그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는 밤을 새우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마니아, 영화 리뷰만 전문으로 하는 유튜버만 해도 유명한 사람이 여럿입니다.



한국인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딱히 할 게 없어서 영화를 많이 보기도 하는 것 같아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고 날씨 영향도 안 받으니 가히 국민 취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안 좋아해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관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고요. 세계관이 웅장하고 반전이 기가 막히는 그런 영화는 피하는 편입니다.



영화관은 사운드가 중요해서 좋은 관을 골라 보시는 분들도 있던데 저는 오히려 소리가 너무 커서 가슴이 쿵쿵거리는 느낌이고요. 어둡고 큰 공간에서 소리까지 위압감이 있다 보니 무서운 느낌이 들 때도 있어서요.



스토리가 복잡하고 반전이 있는 영화는 이해를 잘 못 하고 못 따라가는 경우도 더러 있어서 어렵기만 합니다.



제가 영화관에 가서 봐야지 하고 마음먹는 영화는 딱 한 가지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 이 시리즈는 모든 편의 플롯이 다 똑같습니다.






우리 편 누구를 악당이 괴롭혀서 곤란에 빠집니다.


 그러면 우리 편이 모여서 자동차를 몰고 악당네 소굴로 쳐들어갑니다.


거기서 슈퍼카, 고물자동차, 탱크, 버스, 트럭, 오토바이 등 오만가지 탈 것들이 잔뜩 등장합니다.


 숨 막히는 자동차 레이싱 추격 씬이 나오고 결국엔 우리 편이 아슬아슬한 접전 끝에 승리하지요. 



아주 단순하고 반전은 없습니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며 결말은 뻔하죠.


영화관에 가서 보는 건 딱 이거 한 종류고요.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어서 정말 많은 영화들을 볼 수 있지만 제가 보는 건 소위 "명절용 가족영화"입니다.


좀 오래 지났지만 <과속 스캔들>, <수상한 그녀>, <굿바이 싱글>, <정직한 후보> 같은 영화들이요. 쭉 나열해 보니 어떤 느낌인 지 아시겠죠?



  나는 영화를 즐기지 않을까 이유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첫째, 우선 영화관이라는 공간 자체를 안 좋아하니 영화를 볼 기회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요.



둘째, 집중력이 없습니다. 영화는 2시간의 예술 작품이기 때문에 관람자의 집중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요구합니다. 압축적인 장면들로 휘몰아치면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죠.


저는 이것저것 하면서 넷플릭스를 틀어두기 때문에 한 자리에 마음먹고 앉아서 풀집중 상태로 2시간을 견뎌 낼 집중력이 없습니다.


드라마나 예능 같은 건 가능한데 영화는 불가능하죠.



셋째, 인생살이가 이미 충분히 벅찰 때가 있는데 세계관도 어렵고 갈등이 복잡한 영화를 보며 골머리를 싸기 싫은가 봅니다.


물론 이런 요소들을 추리하고 분석해 가면서 오히려 짜릿함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푸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그렇지 않을 뿐이지요.



래서 누가 저에게 영화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해서 갑분싸 만들 순 없으니까 그냥 요새 바빠서 많이 못 봤다, 혹시 보신 거 있냐? 요새 아바타 난리던데 보셨냐, 하면서 상대방에게 역으로 질문을 돌립니다.



영화 좋아하는 분이라면 신나서 본 영화들을 설명해 줄 테니 듣고 재밌겠다, 맞장구 치면 되고요.


그냥 으레 하는 소리로 물어본 분이라면 자기도 별로 본 거 없다고 할 테니 드라마나 예능 등으로 주제를 바꾸면 그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취미를 나는 즐기지 못하고, 이야기에 끼지 못할 때가 있어서 아쉽기도 한데요.


남들이 다 한다고 나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대신에 저는 웹툰을 많이 보고 궁금하면 그게 무엇이든 나무위키에 찾아보는 것이 취미라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을 많이 알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인생 영화가 있으시다면 추천해 주세요. 집중력 강화 훈련 겸 도전해 보겠습니다!




#별별글쓰기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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