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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an 15. 2023

호떡 윌 네버 다이!

붕어빵, 어묵, 호떡. 겨울 간식 삼대장입니다.


붕어는 안 들어 있는 붕어빵. 표준어가 아닌 ‘오뎅’으로 읽어야 더 맛이 사는 것 같은 어묵. 요즘 정말 귀한 몸이라 만나 뵙기 힘든 호떡까지. 


지도 맵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붕어빵가게 특성 상, 이를 찾고 싶은 사용자들의 제보로 가게의 위치를 공유하는 <붕세권>, <가슴속3천원>이라는 어플까지 나올 지경입니다.





여담으로 가슴속 3천 원은 2007년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 출연했던 배우 신동욱 씨의 대사에서 비롯된 말인데요. 당시 신동욱 씨는 치아 교정 중이어서 발음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래 “누구나 가슴속에 상처하나 있는 거예요.”라는 대사가 “누나 가슴속에 삼천 원은 있는 거예요.”로 들렸거든요. 그 이후로 겨울에 간식을 사 먹으려면 삼천 원 정도 현금이 필요하니까 인터넷 밈으로 사용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MBC 라디오스타 / 영상 원 출처: SBS 쩐의전쟁



신동욱 씨는 이 장면을 흑역사로 여기는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를 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인터넷 문화의 일환으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다시 간식 이야기로 돌아와서요. <호떡 윌 네버 다이!>에 걸맞은 호떡 가게 두 곳을 소개합니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호떡을 먹었습니다. 충청남도 아산시 온양전통시장에 가면 <온양삼색호떡>이 있습니다. 생활의 달인에도 나왔던 곳인데요. 삼색호떡집이지만 떡볶이도 팔고 튀김, 어묵도 팝니다.





그래도 역시 주인공은 이름처럼 호떡이고요. 노란색은 단호박, 보라색은 복분자, 초록색은 시금치입니다.

가격은 하나에 천오백 원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호떡이 보통 2개 천 원, 붕어빵은 4~5개 천 원이었고요. 점점 크면서 호떡은 한 개 칠백 원, 그 후에는 천 원 하다가 요즘같이 밀가루, 기름값이 솟구친 후에는 그 이상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노란색 단호박맛, 남편은 보라색 복분자맛 주문했더니 철판에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던 것 중에 잘 익은 것을 골라 주셨습니다. 호떡을 집게로 챡! 집으시고 종이컵에 샥! 넣음과 동시에 반으로 꾸깃! 접어서 주시는 손목 스냅이 바로 그녀의 경력기술서입니다. (센스 있는 분이라면 호떡 색을 발견하셨지요? ㅎㅎㅎ)



호떡을 입에 물기 전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데요. 제가 여태 살면서 호떡을 먹을 때 85% 비율로 입 안을 데었거든요. 따끈할 때 먹어야 제맛이긴 하지만 베어 물면서 찍! 나오는 끈적한 설탕 국물이 너무 뜨거워요.



데기 싫어서 반죽 부분만 살짝 이로 물어서 찢으면 설탕이 줄줄 흘러서 손에 묻거나 종이컵으로 다 흘러서 맛있는 부분을 다 놓치게 되는 것도 싫고요.



그니까 큰 맘을 먹고 호떡의 첫 입을 개시해야 합니다. 오늘도 델까 놓칠까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눈 딱 감고 와앙 한 입을 뭅니다.



마음속에서 어? 하는 물음표가
와! 하는 느낌표로 바뀌는
탄성의 순간!



아까 현란한 손목 스냅을 보여줬던 그녀는 호떡의 고수요 베테랑입니다. 설탕이 달큼하게 녹아 있지만 줄줄 흐를 정도는 아닌, 반죽은 폭신하고 따끈하지만 속은 데이지 않을 정도의 온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신탁을 받았을 때에도 이러한 탄성을 내지르진 못했을 겁니다.







두 번째 호떡집은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는 <쫄쫄호떡>입니다. 저는 대학교 동기 14명이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친하게 지내는데요. 그중 3명이나 청주 출신이에요. 그래서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그 친구들이 고향 내려간다길래 저도 청주에 놀러 가서 처음 맛본 음식입니다.




가게 앞에는 대형 쫄쫄 조형물도 있습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쫄쫄호떡 먹으러 청주에 내려갔고요. 여기 호떡은 진짜 특이합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호떡이랑은 전혀 다른 음식이고요. 겉에는 딱딱하고 약간 질긴 반죽이 있고 그 안에는 설탕이 마치 메이플시럽처럼 묻어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공갈빵의 호떡버전이라고 할까요? 여기는 줄을 엄청 서서 주말에 가시려면 오픈런을 추천합니다. 청주 3인방 친구들은 자기들보다 제가 쫄쫄호떡을 더 많이 먹은 것 같다고 합니다. 이 거 때문에 청주에 자주 여행을 갔거든요.








Epilogue...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게 만든 故이건희 회장이 1993년 6월 신경영 선언에서 말씀하셨던 유명한 말이 있지요. ‘마누라 자식 빼곤 다 바꿔라!’ 혁신적인 변화를 거듭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호떡은 어떤가요? 물론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지만, 기본 호떡에 더해 삼색호떡, 공갈빵 같은 쫄쫄호떡, 부산의 명물 씨앗호떡까지..


호떡은 변화를 거듭합니다.

호떡의 미래는 밝습니다.

호떡 윌 네버 다이!!!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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