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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an 16. 2023

야옹이가 아팠어요

우리 집에는 야옹이가 살아요.

몸무게는 8.3kg으로 동물병원 원장님이 헉하고 놀랄 정도의 뚱냥이고요. (접수하는데 테크니션 선생님이 몸무게를 듣고 놀라신 뒤에 저에게 사과를(?) 하셨어요.)

회색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수컷(이었던) 야옹이예요.



치명적 뱃살의 유혹!



나이는 지금 다섯 살 정도예요.

원래는 길에서 살아서 정확한 생일을 몰라 남편이랑 제 생일의 딱 중간으로 생일을 정해줬어요.

출생 연도는 수의사 선생님이 대략 알려 주셨고요.



식구가 된 계기는, 우연히 두세 번 마주쳤었는데 보자마자 발라당을 하고 골골송을 부르는 거예요.

길에서 살기에 너무 위험한 성격이에요. 나쁜 사람들한테도 순진하게 다가갈 야옹이였어요.



계속 야옹이가 눈에 밟혀서 구조에 나섰고, 다행히 야옹이를 돌봐주던 캣맘이 도와주셔서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되었어요. 동생이 없는 저에게 처음으로 생긴 동생이자 새로운 식구예요.



야옹이는 길에서 약 1년 정도를 살았던 것 같아요. 길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3년이 채 안 된다고 해요. 로드킬, 먹이 부족, 질병... 길에서 하루하루를 나는 야옹이들이 원래의 수명대로 살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아요.








험난한 길 생활을 장하게 견뎌낸 야옹이는 집에 와서 거의 아픈 적이 없었어요.

아마도 마찬가지로 길고양이였을 엄마 뱃속에서 영양소가 아주 약간 부족했던지 다른 야옹이들보다 살짝 꼬리가 짧고 끝이 휜 것 말고는 튼튼하고요.

일 년에 한 번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도 아직 어려서인지 다이어트만 조금 하면 되고 나머지는 건강하다고 의사 선생님들이 칭찬해 주셨어요.




마따따비 빼빼로를 먹는 야옹이



그러다 지난 수요일 밤 10시쯤에 야옹이가 수상하게 화장실에 들락날락거렸어요. 평소에 수의사 유튜브 채널 여러 개를 구독해서 다양한 질병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어요. 야옹이는 방광염에 걸린 것 같았어요! 



방광염은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꽤 흔한 편인 질환이에요. 보통 소변을 마음처럼 배출하지 못하거나, 심하면 혈뇨를 보기도 해요. 야옹이가 처음 병에 걸린 거지만 질환을 예측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적을 알고 싸우는 것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적과 맞서는 것은 차원이 다른 공포의 수준이잖아요. 



그래도 야옹이가 불편해하고 아파하는 것이 보여서 잠을 설쳤어요. 다음날, 목요일 아침이 밝고 바로 동물병원에 가서 약이랑 사료를 처방받아 왔어요. 수의사 선생님도 방광염이 맞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아픈 야옹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도 부족한데, 설상가상으로 주말에는 지방에 꼭 내려가야 할 일이 있었어요. 언니에게 SOS를 보내 야옹이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했어요.



언니가 와서 영상통화를 해 주는데, 처방 사료를 야옹이가 모두 토했더라고요. 마음이 정말 안 좋고 안쓰럽고 또 미안했어요. 언니가 토사물로 엉망이 된 야옹이 이불들을 수습하고, 약과 원래 먹던 사료들을 챙겨주었어요.



지방에서 올라오자마자 야옹이 간병에 총력을 기울였어요. 다행히 야옹이는 지금 거의 회복해서 기존 사료와 섞은 처방 사료를 토하지도 않고요. 소변도 원래대로 대왕감자만큼 크게 해결하고 있어요.



이제 이것 보다 더 커요!!







야옹이가 아프면 마음이 정말 쓰라려요.

야옹이는 아프다고 말도 못 하고 글도 못 쓰고 카톡도 못 보내잖아요.

언젠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것을 본 적 있어요.



“만약 당신의 반려동물이 딱 한 가지 종류의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하면 좋으시겠어요?”



압도적인 비율로 1위가 나왔어요.



“나 아파.”



함께 사는 동물이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병을 키워가지 않도록,

부디 내가 널 도울 수 있도록.



모든 집사들의 마음은 같은가 봐요. 방광염은 재발이 정말 잦은 질환이에요. 앞으로 우리 야옹이도 여러 번 겪을 수 있어서 마음을 단단히 먹으려고요. 이 질환은 수컷, 뚱냥이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고 해서 다이어트도 돌입합니다.




저는 우리 야옹이의 하나뿐인 누나잖아요. 이 세상에서 야옹이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위대하고 용감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지적 참견시점처럼, 저는 우리 야옹이의 매니저예요.

야옹이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고, 아프지 않게 돌봐주고, 사랑만, 사랑만, 가득히, 가득히 줄 거예요.



비록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야옹이가 가까이 다가와 머리를 꿍-하고 애정표현을 할 때면,

하얀 생크림 케이크 위에 무지갯빛 스파클링 가루 한 통을 모두 쏟아부은 듯한,

찬란한 마음속 하트의 연쇄적 폭발!




야옹아, 넌 내가 지킨다!




야옹이와의 단란한 한 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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