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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an 18. 2023

왜요? 제가 전액 장학금 받은 사람처럼 보이시나요?

2022년 무더운 여름, 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지원했습니다.


제 학부 전공은 경영학과예요.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전공으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입학해서 한 학기를 열심히 보냈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한 과목당 한 학기에 한 번씩 실제 실시간 수업을 들어야 합니다. 원래 전부 오프라인 강의였다는데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줌 수업으로 했어요.


그리고 중간 과제물도 있고 기말고사는 학교에 가서 태블릿으로 시험을 봅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요.



누가 봐도 시험기간의 쩔어버린 학생


시험공부를 안 하면 낙제는 면할 수 없을 만큼, 꽤나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합니다.



저는 영문학에는 큰 관심이 없고 영어학에 관심이 많아서 문학 과목은 안 듣고 어학 과목만 잔뜩 들었어요.



중간 과제물도 성의껏 해서 내고 기말 시험공부는 기출문제도 잔뜩 출력해서 풀었고요. 영작문이나 영어 듣기 연습 과목은 저한테는 많이 쉬웠고요.



대학영어나 생활영어는 새로이 외워야 하는 표현들이 많아서 공부하는 맛이 살았습니다. 영어회화 과목은 비록 녹화된 동영상 강의지만 원어민 교수님을 뵐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는 아침 일찍 등교해서 담임 선생님이 조회하시기 전에 <EBS 잉글리시 카페>라는 프로그램을 다 같이 듣고 공부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문단열 선생님이랑 원어민 선생님들이 나와서 신나게 노래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원어민 교수님이 나오니 이 프로그램이 생각나면서 잠깐 향수에 젖기도 했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입학할 때 선택한 지역 캠퍼스가 있지만, 시험은 본인 소속의 지역 캠퍼스가 아닌 전국 어느 캠퍼스에서든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시험기간에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게 되어도 그 지역 캠퍼스로 미리 신청만 해 두면 되니까요.



저도 안산 캠퍼스 소속인데 시험은 서울 성수동에 있는 서울 지역본부 캠퍼스에서 치렀습니다. 성수동에 핫플과 맛집이 많으니까 시험 보고 나와서 미식 즐기려고 일부러 했지요.




시험 보고 나와서는 '족발튀김'으로 유명한 그믐족발 성수점에 갔어요.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던데 그냥 먹어도 맛있는 족발을 튀기니까 진짜 더 맛있더라고요.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성수동을 떠났던 시험날입니다.



영롱한 족발튀김!


학기 말에는 슬슬 과제 점수, 시험 점수가 발표되는데요. 다행히 과제 점수는 모두 만점을 받았어요. 시험이 더 나중에 봐서 점수가 늦게 발표되었는데요.



다른 과목들은 보면서 잘 봤다고 느낌이 왔는데, 단 한 과목. 영어발음의 원리라는 과목은 헷갈리고 모르는 문제들이 꽤나 있어서 걱정이 되었어요.



방송통신대학교는 과제+출석+기말고사 점수를 합쳐서 95점 이상이면 A+, 90점 이상이면 A0와 같이 5점 단위 절대평가거든요?


근데 영어발음의 원리 과목은 시험에서 한두 문제 차이로 A0냐 B+의 기로에 서게 되었거든요. 시험 점수가 발표되는 날, 바로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니 으아아아아!!!!





딱 90점 턱걸이로 A0가 나왔습니다. 신이 나서 오두방정을 떨면서 남편한테 자랑을 하고요. 뿌듯한 마음에 하루 종일 햇빛에 바짝 말린 이불처럼 산뜻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기쁨을 즐겼습니다.



자, 이제 관건은 장학금 여부에 달렸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상위 5%까지 전액 장학금, 15%까지 반액 장학금, 50%까지는 치킨 장학금이라는 별명을 가진 등록금의 5%(약 2~3만 원) 금액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줍니다.



지난 학기 장학금 커트라인을 보니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희망이 보였어요. 다만 이번 학기 저와 같은 3학년 재학생 중에 공부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았을 경우엔 반액을 받을 수도 있었고요.



매일매일 마음속으로 꼭 전액 장학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하면서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드디어 어제, 1월 17일! 장학금 발표는 오후 5시에 예정되어 있었어요. 그 시간에 수업을 하느라 바빠서 집에 오는 길에 확인을 해 보았는데...!




 예쓰!!! 드디어 해냈습니다. 조수미 선생님이 2002 월드컵에 불렀던 주제곡 Champions가 뇌리에서 연주되는 느낌입니다.




한 학기 등록금이 일반 대학교 학비의 10% 수준인 약 30만 원대이지만,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는 만족감은 절대 10%가 아니었습니다.



장학금 받고 제일 먼저 뭐 했을까요? 엄마한테 자랑했습니다. 어릴 적 공부 열심히 하라고 귀에 딱지가 앉게 잔소리했던 엄마.







엄마! 나 전액 장학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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