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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01. 2023

영화 <코다> 최애 장면 스케치




영화 <코다>는 청각장애 부모와 오빠를 가진 비장애인 루비가 가족을 돌봐야 하는 현실과 본인의 노래에 대한 열정 사이에서 고민하며 내적 성장을 이루는 싱그러운 성장영화입니다. 이 영화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간략히 소개해 봅니다.





 


미스터 V는 팔 부분이 성긴 그물 모양을 가진 검은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매끈한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악보를 정리하고 있다. 

그의 뒤에는 오후의 햇빛이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따스하게 들어오는 음악 교실의 풍경이 펼쳐진다. 



맨 뒤에는 나무로 된 사람의 키보다 큰 4단 책장에 여러 책과 서류, 잡동사니들이 불규칙하게 늘어져있다.

 책장의 꼭대기 윗부분에는 서로 다른 높이의 트로피들이 오르락내리락 음악의 사운드를 나타내는 파형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전시되어 있다. 




미스터 V 앞에는 주인공 두 명이 카메라 앵글을 등지고 서 있다. 

남자 주인공은 아기 코끼리 점보를 떠올리게 하는 연한 회색의 부드러운 긴팔 후드 티를 입고 있다. 

여자 주인공 루비는 자유롭게 구불거리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투박하고 넓은 패턴의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있다. 

미스터 V는 이내 반질거리는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앵글이 바뀌어 주인공 두 명의 얼굴을 정면으로 비춘다. 

루비는 2:8 비율로 오른쪽 가르마를 타서 깻잎머리처럼 숱이 많은 앞머리를 가졌다. 

노래 연습 검사를 맡으러 온 루비의 얼굴은 살짝 경직되어 있고 미스터 V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초조해하는 눈치를 보이며 바닥으로 시선이 향한다. 



옆에 선 남자 주인공 마일스의 눈을 힐긋 훔쳐보고는 그제야 우물쭈물하며 자신 없는 표정으로 미스터 V를 보며 마일스와 화음을 맞추며 노래를 시작한다. 





갓 구운 포실한 빵 냄새가 날 듯 포근하며 최고급 침대 매트리스 위에서 실크 이불을 덮는 듯이 보드라운 목소리를 내면서도 루비는 연달아 미스터 V의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로 노래를 이어간다. 

찬장에 넣어 둔 캔디를 엄마 몰래 먹은 아이처럼 눈치를 보는 루비가 손에 잡은 악보는 긴장한 땀을 흡수했는지 축축해서 무디게 구부러져 있다. 

사랑 노래 듀엣을 하고 있지만 목소리 사운드 자체의 부드러움과는 상반되게 그 어떤 달콤한 케미스트리도 노랫말에 담겨있지 않다. 




미스터 V는 갑자기 피아노 연주를 멈추고 양손으로 본인의 무릎을 탁 친다. 

입꼬리가 낮아지고 눈에는 단호한 기운이 서렸다. 

제자 루비와 마일스가 노래를 전혀 연습하지 않은 것을 질책한다. 

루비가 끼어들어 핑계를 대지만 그 모습이 보고 싶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반대쪽으로 획 돌리고 답답함의 탄성을 나지막이 내지른다. 

한숨을 한 번 쉰 미스터 V는 벌떡 일어나 양손으로 각각 주인공들의 방향을 가리킨 뒤 그 손을 본인의 가슴팍 가운데 방향으로 모은다. 





미스터 V의 요청에 루비와 마일스는 긴장이 가득한 표정으로 뻣뻣하게 굳은 몸을 돌려 서로를 마주 보고 한 발짝식 가까이 선다. 

간격이 못마땅한 미스터 V는 두 사람의 등을 몰아세우며 더 가까이 붙어 서라고 명령한다. 

두 사람을 설득시키려는 태도로 미스터 V는 거북이처럼 고개를 쭉 빼고 얼굴을 들이밀면서 연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달콤한 사랑 노래를 부르라고 "This is a love song. A LOVE, SONG!"을 강조한다. 

미스터 V에 비치는 햇살이 루비와 마일스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과 대조되어 빛난다. 




미스터 V의 코치를 받은 두 사람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마일스는 조금 더 열심히 하려는 열의를 보이며 고개를 앞뒤로 까딱이며 리듬을 타는 동시에 본인을 확인해 달라는 의미의 눈빛을 담아 미스터 V와 시선을 마주치며 노래한다. 

루비도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입을 전보다 훨씬 크게 벌리고 세게 부르는 부분에선 표정도 찡그리면서 노래에 힘을 싣는다. 

미스터 V는 아까보다 나아진 주인공들의 태도를 조금 더 만족스러워하면서 연주를 이어간다. 



마주 보고 선 루비와 마일스는 아까와 다르게 서로의 눈을 맞추는 시간이 길어진다. 

루비가 마일스를 보면 마일스는 수줍게 시선을 잠시 피하고, 마일스가 루비를 보면 이번엔 루비가 괜히 미스터 V를 보면서 딴청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피하는 시선 두 개가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 가슴속에 몽글한 순두부같이 설렘이 꽃피운다. 



어느 정도 만족한 미스터 V는 둘의 노래를 중단시키고, 약간의 코치를 해준 후 가서 연습하라며 주인공들을 밖으로 보낸다. 

마일스가 먼저 백팩을 챙겨 나가고, 가방을 챙기던 루비는 "통제력은 없지만 음색이 예뻐."라는 칭찬을 미스터 V에게서 받게 된다. 




"노래하는 게 제일 좋아요."라고 대답하며 루비는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본심을 미스터 V에게 털어놓게 된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글의 모든 사진의 출처는 네이버에 영화 <코다> 검색 시 나오는 공식 스틸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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