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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02. 2023

으! 이 놈의 머리털.

머리를 감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머리는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하루 건너뛰기도 하니까 일주일에 약 6번 정도 감는다고 하면, 이 6번마다 꼬박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머리카락 끝부분은 축축한 페인트를 여러 번 벽에 펴 바르다가 굳어버린 페인트 브러시 같고요.


나무껍질처럼 뻣뻣하며 생명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현재 모발의 상태 (...)



화장실 조명 아래에서 거울에 비추어 보면 건강한 윤기는 온데간데없고,


잦은 펌과 염색으로 꽥하고 쓰러져버린 부상병들만 가득하지요.


이 모든 결과는 저의 업보입니다.






2019년 11월, 결혼을 했습니다. 제 주위의 대부분의 신부가 그러했듯 저도 결혼식을 위해 머리를 잔뜩 길렀습니다.


신부 머리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로우번스타일은요.


머리를 잘 빗어 넘긴 뒤 목 쪽에 가깝게 아래로 내려서 동그란 모양으로 말아 고정시키는 방식입니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는 로우번을 할 때 머리숱이 적거나 머리 길이가 짧으면 웨딩 헤어팀에서 지금은 번 모양이 빈약하다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헤어피스를 붙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는데요.


이게 뭐든지 간에 '웨딩'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일반 시가(?)에서 훨씬 비싼 가격을 자랑합니다.


당일날 머리숱이 부족해서 헤어피스를 몇 개 달게 되면 순식간에 머리에 약 15만 원을 달고 웨딩카펫을 행진하게 되는 거거든요.


그런 예기치 못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저도 열심히 머리를 길렀지요.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일주일도 안 되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치렁치렁한 머리를 싹둑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단발 까지는 아니더라도 중단발 정도로 머리를 잘랐고요.


하고 싶었던 염색과 펌을 아주 돌아가면서 신나게 해댔습니다.



탈색도 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아서 당시 다니던 미용실 원장님께 요청했어요.



탈색하지 않고서 나올 수 있는 머리색 중에서 가장 밝은 색으로 해 주세요.



 그때였을까요. 제 머릿결이 페인트 브러시가 된 시점이요.


염색한 직후에는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마침 여름이었기도 해서 밝은 머리가 잘 어울렸고요.



안색까지 다 화사해 보였거든요.


하나 단점이 있다면 매번 뿌리염색을 해야 했어요.


돈도 돈대로 들고 머리도 계속 상해가는 게 눈에 보이니까 몇 달 뒤 원장님께 다른 요청을 드렸습니다.



검은색 말고 나올 수 있는 머리색 중에서 가장 어두운 색으로 해 주세요.


뿌리염색으로 얼룩덜룩했던 밝은 머리를 어두운 색으로 싹 덮고 나니까 너무 깔끔해 보이는 거예요!




마음에 들었죠. 근데, 이게 머리가 점점 다시 밝아지더라고요.


어두운 염색이 점점 빠지면서요.


원장님도 이렇게 될 거라고 말씀을 미리 주셨거든요.


그래서 전 지금 어두운 염색을 한 지 1년 6개월이 꼬박 지났는데 제 머리는 누가 봐도 꽤나 밝은 색의 머리입니다.




머리에게 쉴 시간을 줘야 할 것 같아서, <1년 동안 커트 말고 아무 시술도 안 하기 챌린지>를 스스로 진행하고 있거든요.


다가오는 4월 22일이 되면 딱 1년을 채우게 됩니다.


아무래도 내일은 커트를 하러 가야겠어요.


한 번 자르면 그래도 상한 부분이 많이 잘려나가니까 당분간은 스트레스를 안 받을 테니까요.





내일 베스트프렌드 잉어퀸을 만나러 가기로 해서요.


지금 약속장소 근처로 미용실을 예약했습니다.


마침 미용실 예약창에 1일 전에 올라온 공지가 있네요?


와우! 첫 방문 고객에게 커트 할인을 해준답니다.


처음 가는 미용실이거든요. 이곳이 맘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루한 비유지만 이 빗자루 같은 뻣뻣한 머리가 다 잘려나가면,


그땐 어떤 머리스타일을 하면 좋을까요?



겨우 복구한 머리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조금 더 둘지,


바로 또 어떤 시술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재미없고 밋밋한 머리를 하는 것, 너무 지겹거든요.


여름엔 집게핀으로 올림머리라도 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목이 너무 추워서 머리를 묶거나 올리지도 못해요.


아참! 요새 머리가 은근히 빠진 것 같아서 가르마가 넓어진 기분이거든요.


이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서요.


내일 미용실에 가면 탈모 관련해서도 선생님께 여쭤봐야겠습니다.


제 가르마 평수, 남들과 비교해서 어떤지요.


부디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내일 잘라달라고 요청할 머리 스타일을 정리해 봐야겠어요.


정확하고! 세부적인! 요청을 해야 원하는 머리가 나오잖아요?


근데 디자이너 선생님께 요청할 때 뭔가 꼼꼼하게 요청드리는 것을 잘 못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그럼 저는 멘트 연습하러 이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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