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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Jan 31. 2023

물레방 유괴단


이번 설에는 당일을 피해 그다음 날 연휴였던 월요일에 본가 식구들과 모였습니다.

미리 시간과 장소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원하는 식당을 가지 못했습니다.

양념돼지갈비를 너무 먹고 싶어서 양껏 먹으려고 명륜진사갈비를 가고 싶었거든요.


왜, 질 좋고 비싼 음식을 조금 먹고 싶은 날이 있고(많이 먹으면 좋지만 비싸니까!),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음식을 양껏 먹고 싶은 날이 있잖아요.

이번에는 제 마음이 후자에 속해서 무한리필 갈빗집을 가려했던 거예요.


그래서 근처에 있는 지점에 전화를 걸어서 설 연휴 때 여는지 물어보는 준비성까지 챙겼습니다.

언니까지는 통과했는데(아마 이제 4살이 되는 조카가 먹기에도 좋을 테니까요!) 엄마는 영 맘에 들어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리집 주소를 보내시더니 거길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당연히 저야 언제든 갈빗집에 갈 수 있으니 엄마 말을 듣기로 했습니다.



물론 설 연휴가 오기 전에 제가 먹고 싶었던 명륜진사갈비는 남편과 따로 다녀왔어요.

리필은 겨우 한 번 밖에 안 했지만, 밥도 한 공기 시켜 먹고 아주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특히 탄산음료 코너에 탄산수가 있어서 당 걱정을 안 하고 마실 것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설 연휴에 다녀온 오리집은요.

1호선 세마역 근처 오산시에는 독산성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거기 뒤쪽에 있습니다.

엄마가 친구들이랑 다녀온 적 있으시다 해서 믿고 갑니다.

엄마들은 원래 좋은 음식점을 많이 알거든요!

갔더니 내부 장식도 정말 고풍스럽고, 바깥에는 작은 호수 주위로 출렁다리와 둘레길까지 만들어둬서 경치가 훌륭했어요.

물레방아와 정자까지 있으니, 정말 신경 많이 쓴 티가 났죠.



오리 맛은 물론이고 도토리묵 겉절이와 다양한 장아찌를 포함한 밑반찬들이 솜씨 좋게 차려졌습니다.

어른 다섯에 아이 한 명이 오리 한 마리 반을 해치우고요.

구이를 다 먹으면 얼큰한 오리탕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분 좋고 배 부른 한 끼를 대접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게임기도 있어서 좋아요.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자판기에서 커피 하나씩 뽑아서 작은 둘레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미니 출렁다리를 건너면 물레방아가 보이고요.

물레방아 옆에 작은 정자를 지나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코스예요.

여름에 오면 호수에 연꽃들이 가득 펴서 아름답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는 전에 보셨나 봐요.



지금은 꽝꽝 얼어있어서 꽃은 없지만, 오히려 얼음 썰매 같은 걸 두고 손님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안전하기만 하다면요!



둘레길을 돌고 와서 시작점 쪽에 있는 큰 정자에 다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 조카 분홍공주가 호수 쪽으로 가서 얘길 해요.


"물레방 고장 났나 봐. 안 움직여."


그러자 엄마가 얼른 분홍공주에게 달라붙습니다.


"그래? 진짜 고장이 났나? 우리 물레방아 고장 났는지 할머니랑 같이 가볼까?"


조카는 할머니나 이모는 아직 안 친하고요.

자기 엄마 아빠랑만 붙어있는 껌딱지예요.


물레방아 쪽으로 다시 가 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영 친하지 않은 할머니랑 같이 가려니 고민이 되나 봅니다.

잠깐 생각을 해보더니 분홍공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공주의 할머니는 굴하지 않고 다음 꼬드김으로 넘어갑니다.


"그럼 할머니랑 다음 여름에 여기 또 올까? 그때 오면 연꽃도 아~~ 주 많고 물레방아도 돌아가고 있을 텐데~? 어때 공주님~?"


분홍공주는 또다시 고민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답은 No.

고장 난 물레방아를 뒤로 하고 아쉬운 입맛을 다시고는 엄마 품으로 돌아가 쏙 안깁니다.


"엄마, 물레방 같이 가자."


하지만 고기 먹고 배불러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엄마는 웃기만 하고 물레방아에 같이 가주지는 않습니다.

언제든 같이 가줄 수 있는 이모와 할머니는 공주가 선택한 파트너가 아니라 물레방 파티에 초대받지 못합니다.



아, 안 되겠습니다.

너무 귀여운 분홍공주를 유괴(?)해서라도 물레방아에 가야겠습니다.


할머니가 물러난 곳에 이모가 끼어듭니다.


"이모랑 같이 갈까? 물레방?"


공주는 싫다는데 자꾸 물어서 그런지 이제 급기야 울음이 터지고 맙니다.

맘도 약하고 실행력도 부족한 물레방 유괴단은 우물쭈물하면서 물러나고 맙니다.


확답을 듣지 못했지만, 다음 여름에 같이 가면 그땐 이야기하겠지요?


"물레방 고장 안 났어~! 잘 돌아가!"


병아리의 쫑알거림을 듣기 위해서라도 여름에 꼭 다시 다녀오겠습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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