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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06. 2023

언젠간 내 거 해야지

모든 회사원들이 한 번씩은 입에서 내뱉는 말.


언젠간 내 거 해야지.


내가 대학생 때, 이미 취업해서 사회생활 전선에 뛰어든 선배들은 저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 빠르면 과장, 보통 대리급의 내 친구들도 입버릇처럼 저 말을 하곤 한다.

회사에서 아무리 인정받고 청춘을 다 바쳐 일해봤자 회사 좋은 일만 시킨다는 말.

결국 내 사업을 해야 경제적 자유에 더 빨리 도달하고 주도권을 가진 삶을 살 수 있다는 말.




요즘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학원 강사로서의 삶을 생각해 보자.

20~30대 강사는 나름대로 젊고 아이들과 친근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많다.

40대 강사부터는 수요가 쭉 떨어지는 편이다.


지금 당장 훈장마을, 알바몬, 알바천국에만 들어가서 아무 지역이나 학원 강사 구인 공고를 눌러보라.

20세~39세로 나이 제한을 걸어둔 공고가 많다.

왜냐하면 보통 원장님들이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강사를 두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엄청난 경험치로 무장한 베테랑 40~50대 강사 분들도 현업에 분명 계신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소속 강사보다는 본인이 원장인 경우가 많다.


아직 한국은 능력주의보다 관료주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심하고, 아무리 자본주의에서 사용자-노동자 관계라 하더라도 노동자가 사용자보다 나이가 많으면 불편해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원가에는 언제나 선생님이 부족해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학원 강사 커뮤니티에서 어느 50대 강사분이 구직글을 10개 넘게 올리는 동안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은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대로 안주하고 있다가는 나도 무플에 눈물짓는 강사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의 미래를 지어 나가야 한다.




유튜브, 커뮤니티 등에서 틈이 날 때마다 현직 원장님들의 노하우를 배워본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서 본인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방출하는 사람이 많고, 그것을 찾아볼 수 있는 플랫폼이 훌륭하고, 심지어 몇 번 검색을 하면 내가 찾는 정보를 찰떡같이 알아채고 내 앞에 떡하니 가져다주는 알고리즘이 있다.

그렇지만 그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소수다.


백종원 선생님도 자주 말한다.

본인이 아무리 레시피를 공개하고 업소용 대용량 노하우 책을 출판해도 보는 사람만 본다고.

노력은 안 하고 망하면 탓만 한다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조금씩 채찍질을 한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원장 브이로그 3년을 보면 나도 부가세 신고나 커리큘럼 세팅 정도는 읊게 되지 않을까.




흔히 말하는 광의의 학원 업종은 3가지로 세분화된다.


첫째, 학원 - 가르칠 수 있는 과목 제한 없음, 강사 고용 가능

둘째, 교습소 - 가르칠 수 있는 과목 제한 있음, 강사 고용 불가

셋째, 개인교습(공부방 or 과외) - 가르칠 수 있는 과목 제한 없음, 강사 고용 불가, 거주지에서만 가능(보통 선생님 집에서 여러 명의 학생이 배우는 형태는 공부방, 학생의 집에서 1:1로 하는 경우는 과외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음)


나는 이 세 가지 선택지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가?


일단은 학원은 하고 싶지 않다.

학원은 1인 원장 체제도 있지만 강사들을 여럿 고용해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나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 잘하지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강사를 고용해도 그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자신이 없다.

많은 원장님들이 책임감 없는 강사들에게 데인 경험을 공유한다.

나는 분명 상처받을 것이며 스트레스로 잠 못 이룰 것이 뻔하니 학원은 할 깜냥이 못 된다.

나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은 아주 훌륭한 장점이다.



학생의 집에 방문하는 개인교습 방문과외는 나이를 먹으면서 학부모님들이 부담을 느낄 확률이 높다.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선생님이 매번 집에 방문한다? 나 같아도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 같다.


남은 선택지는 두 개다. 교습소와 공부방. 

상가에 나가서 월세를 부담하며 거주지와 분리된 교습소를 하느냐,

내 집에서 큰 비용부담 없지만 가족들의 희생이 필요한 공부방을 하느냐.


어떤 원장님들은 교습소를 하다가 공부방을 하고, 또 다른 원장님들은 공부방을 하다가 교습소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순서나 우열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과 맞는 현실, 장단점을 따져서 선택한다.


무엇을 할지는 나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선택할 일이며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들을 쌓아나가는 것이다. 

홍보 방법, 시간표 세팅, 운영 시스템, 커리큘럼 등은 지금부터 고민해 볼 수 있다.

다른 원장님들의 노하우를 보며 내가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적어두는 중이다.




오늘은 걷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교습소를 하다가 망하면 어떡하지?



사실 교습소가 망한다고 해봤자 사업을 영위하는 동안의 월세 및 관리비, 만약 권리금을 주고 들어간다면 해당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정도일터이다.

배짱이 없는 나는 권리금을 몇 백씩 주고 들어가진 않을 거고 월세도 그리 높은 곳을 택하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돈을 날린다고 해도 천 몇백만 원 정도이지 않을까?

그 정도의 인생 수업료를 젊은 내가 감당을 못 하나?

오히려 젊을 때 도전해야 잃을 것이 없으니 두려움도 적다는 명언이 갑자기 가슴 깊이 느껴졌다.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막막했다.

그런데 지금, 회사에 다닐 때 보다 어떤 측면에서 보든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지금 내가 망설이는 새로운 세계로의 내딛음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래, 다음번 이사를 간 뒤 새로운 지역에서 한번 시작해 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시간은 쌓인다.

천천히 쌓은 것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

나도 언젠간 내 거 해야지.



스터디룸에서 혼자 면접 시강 연습을 하던 어느 날.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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