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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08. 2023

갑자기 생겼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얼마 전 오른쪽 다리에 이상한 빨간색 반점이 여러 개 생겼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무릎 슬개골 아래, 종아리의 양쪽 옆면 중 안쪽 면에요.


오돌토돌하게 올라온 것도 아니고 그냥 평평한 다리의 표면은 그대로인데 표피 바로 아래쪽으로 무언가 트러블이 난 건지 빨간색 반점들이 잔뜩 덮고 있었어요.

아기 손바닥만큼요.


약간 걱정이 되어서 인터넷에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피부과 의사의 답변이라 할지라도 다 내원해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형식적인 답변뿐, 딱히 시원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럴 땐 모르는 것이 없는 엄마에게 물어보는 것이 최고라서 연락을 드렸어요.


"엄마, 나 다리에 빨간색 반점이 생겼어. 왜 생기는 거지?"


"그냥 겨울 되고 그러면 건조하고 겨울 옷이 두꺼우니까 섬유 같은 것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지 뭐. 가려워?" 


"아니, 가렵지는 않은데 그냥 갑자기 생겨서 이상해서."


"그냥 둬. 바셀린이나 로션 같은 거 많이 발라주고." 


엄마는 크게 대수롭지 않게 말씀을 하셔서 왠지 저도 같이 마음이 놓였어요.

큰 일이었다면 저보다도 엄마가 먼저 놀라서 병원에 가라고 하셨을 테니까요.

그 후로 엄마 말씀처럼 로션을 몇 번 발랐습니다.

바셀린은 없기도 하고, 왠지 끈적거리니까 잠옷에 달라붙을까 봐 못 바르고요.



그리고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요.

오늘 보니까 흔적도 없이 싹 없어졌습니다.






몇 주 전에는 양치를 할 때마다 오른쪽 위 어금니와 오른쪽 아래 어금니 하나가 각각 욱신거렸습니다.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싹 한 지 2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왜 아픈지 궁금했어요.

혹시 또 썩었나?

신경 쓰이는 욱신거림이 여러 번 느껴져서 어떻게 할까, 치과에 가 볼까 고민을 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치통이 사라졌어요.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학생들이 쏟아져서 돈을 많이 벌다가 아이들이 12월에 많이 나가기도 하거든요.

보통 학년이 바뀌면서 긴 겨울 방학 동안 가족끼리 여행을 자주 가거나, 한 두 달 쉬고 오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아예 학교가 바뀌는 친구들은 학원을 그만두고 다른 학원에 가는 경우도 아주 많고요.


그럴 때는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학생이 쭉 빠져나가서 돈을 많이 못 벌게 돼요.

처음 강사를 할 때는 지금보다도 돈에 더 민감했어요.

지금도 민감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몇 번 학원가의 사이클을 타다 보니 이제 일희일비하지는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삼희삼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ㅎㅎ)


돈의 관점에서 벗어나더라도 학생도 우르르 왔다가 우르르 나갑니다.

어떨 때는 한 반에 왁자지껄한 무리들이 있다가도 어떤 이유들로 인해서 아이들이 다 나가서 2명이 한 반으로 수업을 하는 시기들도 있었습니다.

마침 2명 모두 조용한 친구들이라 대답이 없어서 인강을 찍듯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그렇게 빠진 자리에는 이내 다른 학생들이 들어와서 채워지기 마련이에요.




시절인연이라고, 좋아 죽던 친구들도 어느 순간 각자의 삶의 모습이 달라져서 멀어지기도 하고요.

별로 안 친했던 친구와 특별한 계기로 인해 다시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그저 시차가 있을 뿐, 영원한 것이 없지요.






인생을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 사라지는 것들이 못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니고 모두 내 근처에 얼마간 머물렀다가 간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불교 철학에 나오는 내용들처럼요.



나한테 유리한 것들의 관점으로 보면 아쉽겠지만요.

나한테 불리한 것들의 관점에선 참 다행이고 고마운 일입니다.

영영 내 곁에 있는 게 아니니까요.

화도, 병도, 스트레스도, 불안도.


다 조금씩은 내 곁에 있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없어지면 좋잖아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모든 것에 초연해질 순 없다지만 그렇게 되려고 노력은 해보려 합니다.

저는 감정을 느끼는 폭이 커서 잔잔한 사람들이 부럽고 대단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성향을 가진 남편과 결혼도 하고 본받으며 살고 있고요.



2023년도 한 달을 벌써 흘려보냈습니다.

편안한, 평안한 1월이었나요?

저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짧은 2월도 내 곁에서 묵묵히 시간을 걸으며 지나고 있어요.

2월에겐 어떤 감정과 추억을 실어 보낼지 오늘도 고민해 봅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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