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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09. 2023

지구방위대원 절찬 모집, 총무 항시 대기 중.

지구를 지키는 스콘집과 용기내 챌린지

오늘 점심에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롯데리아의 데리버거 세트와 치킨텐더 2조각이요.

패스트푸드점은 다 먹고 손님이 자리를 정리하잖아요.

내가 먹은 것들을 치우는데 마음이 또 안 좋았습니다.




쟁반 위를 하나씩 살펴볼까요?


가장 아래에 깔려있는 위생종이(1),

케첩 3개와 머스터드 1개에서 나온 비닐들(2),

감자튀김을 담은 종이 슬리브(3),

햄버거를 싸고 있는 포장지(4),

플라스틱이라 재활용이 가능한 콜라 컵에 딸려온 일회용 빨대(5)...


맛있고 좋은 건 다 내 몸으로 들어갔고요. 나쁘고 오염되는 건 다 지구한테 남겨졌습니다.






저는 배달음식을 거의 먹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 번도 안 먹는 것 같아요.

그나마 시키는 것은 피자 또는 치킨입니다.


바쁜 학기 중에는 밀키트나 냉동식품의 비율이 늘어나고요.(a.k.a 쓰레기도 늘어난다)

방학 동안에는 시장과 마트에서 산 식재료로 직접 음식을 해 먹는 것을 즐깁니다.


그런데도 우리 집 두 식구가 사는데 일주일만 되어도 비닐 쓰레기가 한 더미가 되어요.

쌓여가는 비닐들을 볼 때마다 '인간은 쓰레기를 만드는 기계구나'하고 마음도 비례해서 무거워만 집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할까요?






저는 선택적 환경주의자입니다.

엄격하게 지구를 위하는 대단한 사람은 아니고요.

가능한 상황에서는 환경에 조금이라도 덜 피해가 될 만한 대안을 고릅니다.


지금 제가 실천하고 있는 것은


-평소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카페에 갈 때 80%의 확률로 지켜지는 중),


-테이크아웃 잔에 끼워주는 종이 슬리브 사용 안 하기(90%의 확률로 지켜지는 중, 개인용 천 슬리브 있음),


-식사 후 입 주변을 가볍게 닦는 등, 많이 더러워지지 않은 휴지는 식탁을 행주로 닦기 전에 애벌로 더러워진 부분을 닦는 데 재활용하기(98%의 확률로 지켜지는 중),


-음식 포장 시 미리 용기를 가지고 가서 담아 오기(3%의 확률로 지켜지는 중),


-마스크 살 때 개별포장 된 것 말고 대용량 벌크포장 된 것 사라고 남편 쪼으기 등입니다.



캠핑 갈 때요? 저도 일회용품 가지고 갑니다.

여행 가서요? 일회용 칫솔 치약 씁니다.

저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에요.

다만 제가 인식하고 있고 실천할 수 있을 때 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지구를 '위하는 것'이 아니고요.

지구에게 조금이라도 '덜 위해를 가하려' 하는 것입니다.



신석기시대로 돌아가서 목축하고 농사짓고 옷도 나뭇잎으로 지어 입고 목걸이도 조개껍질 엮어서 살지 않는 이상, 지금의 눈부신 성장이 빚어낸 문명의 이기의 혜택을 받는 저는 손가락 까딱 할 때마다 쓰레기가 쏟아지게 하는 지구의 기생충이니까요.

(워딩이 좀 거시기하지만 지금 키보드를 손가락 까딱 하면서 쓰고 있는데 전기 쓰잖아요. 전기 어디서 나와요?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절반 이상이 석탄과 LNG 가스를 태워서 만듭니다. 지구한테 또 실시간으로 빚지는 중이지요?)






오늘 지구한테 빚을 덜 지려고 두 가지 '덜 나쁜 일'을 했습니다.


첫째는 걸었습니다.

원래 자동차를 운전해서 출근을 하는데요.

오늘은 지하철을 이용해서 오전에 볼 일을 보고요.

거기서 학원까지 걸었어요.

1시간 14분 정도 걸렸습니다.

날씨도 꽤나 포근해서 패딩 지퍼를 풀었다가, 잠깐 잠갔다가 반복하면서 걸었습니다.

제 기분도 좋아 지고요, 제가 걸은 만큼 자동차 배기가스를 안 만들어서 더 좋고요.

겨울이 지나고 있으니 봄이 오면 더욱 자주 걸어야겠습니다.




둘째는 '용기내 챌린지'에 참여했습니다.

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가게에 포장을 할 때 용기를 가지고 가서 용기를 내어주고 물건을 담아달라고 요청하는 챌린지입니다.



전에 이사오기 전 집 근처에 실력 좋은 제빵사가 운영하는 케이크집이 있었거든요.

거기 갈 때도 종종 커다란 락앤락 통을 가지고 갔었어요.





오늘은 스콘 가게를 갔는데요.

이 가게는 용기를 가져오면 가격을 10%나 할인을 해주시더라고요.

이래도 남는 게 있는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가게 소개란에도 무포장 지향 매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 방문이었는데요.

봄날의 햇살 같은 사장님이 제가 챙겨 온 용기를 보고 몹시 기뻐하시며 칭찬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원래 제과제빵을 하면 인상이 밝아지나요? 제가 본 소규모 동네 빵집 사장님들은 거의 그러했던 듯.)

정말, 몹시, 몹시도 기뻐하셨습니다.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고 행복이잖아요.





사장님도 꽤나 환경에 진심인 것이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사장님은 지구촌 시민이기도 하지만 이익을 내야 하는 자영업 자니까 일회용 포장 용기를 사용할 겁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지구에게 덜 미안하려고 본인의 이익을 10%나 양보할 줄 알고요.

가능한 경우엔 종이 포장만 사용하시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슈퍼맨이나(너무 올드한가요..?) 아이언맨(이것도 올드한가.. 요새 가장 핫한 히어로는 누구죠? 저는 영화를 잘 안 봐서 모릅니다..)처럼 울트라캡쑝 히어로는 없다고 해도요.

이렇게 지구를 많이 아니고 조금 생각하는 지구방위대가 우리 동네 우리 아파트 우리 학교 곳곳에 숑숑 숨어 있습니다.

많이 활약하라고 하면 부담스럽잖아요.

그니까 지금보다 조금만 더 불편해지고 조금만 덜 미안해져 보면 어때요?



소극적 지구방위대원 절찬 모집합니다.
총무 항시 대기 중.
문의 환영!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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