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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이로
Feb 10. 2023
제과점 한 켠에서 팔던 이천 원짜리 캐빈디쉬 캔디
제가 어릴 때 아파트 단지마다 상가가 있었어요.
지금처럼 삐까뻔쩍한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나, 아파트 바로 앞 3층 정도 되는 멋들어진 상가 말고요.
1층짜리 단층 상가요.
보통 10개 남짓한 호실이 있고요.
보통 2~3개는 부동산,
1개는 슈퍼(그땐 편의점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어요. 그리고 편의점이 되게 비싼 곳이라는 인식이 있을 때에요.),
1개는 야채가게,
1개는 정육점,
1개는 세탁소,
1개는 미용실,
1개는 문방구,
그리고 마지막 1개는 바로 동네 빵집입니다.
동네에 따라 이 가게들 대신 치킨호프집이 들어가 있는 곳도 있고요.
유년 시절을 1기 신도시 또는 해당 지역에 가장 먼저 생긴 이른바 시범 아파트 단지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이러한 구성의 동네 상가가 머릿속에 떠오르실 거예요.
지금도 많지만 부동산은 그때도 상가의 많은 호실을 차지하는 업종이었고요.
동네 슈퍼에서는 지금이라면 큰일 날 미성년자 주류 판매도 가능(?)했습니다.
오해를 덜자면요, 초등학교 다니던 제가 마시려고 소주를 샀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그때는 슈퍼 사장님과 부모님들이 다 얼굴을 알고 지내는, 말 그대로 이웃사촌 같은 사회적 관계가 존재할 때였어요.
그래서 엄마 아빠 손 붙잡고 슈퍼를 여러 번 다니면, 사장님이 저를 보고 여기 606동 사는 택시 기사님네 딸내미구나 하고 알아보던 시절이에요.
그래서 엄마가 집에서 부르스타 켜고 네모난 가정용 불판에 호일을 깔고 냉동 삼겹살을 굽기 시작하면서,
여기 이천 원 가져가서
심부름 왔다고 하고 소주 두 병 사고,
남은 건 과자 사와."
하며 돈을 쥐어 줍니다.
두 번 놀라 자빠지겠죠?
일단 이천 원으로 소주를 두 병이나 사고 심지어 남은 건 심부름값으로 과자까지 살 수 있던 그때의 물가.
그리고 초딩이 당당히 소주를 살 수 있는(?) 법의 사각지대!
아무튼 이러나저러나 상가에서는 슈퍼에 가장 많이 갔고요.
자주 가고 싶은데 못 갔던 곳은 빵집입니다.
우리 상가 빵집은 제 초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네 부모님이 하던 가게였어요.
저는 어릴 때 아빠가 외벌이를 하시고 엄마가 전업주부로 집에 계셨거든요.
그래서 간식도 과자나 빵을 사 먹기보다는 엄마가 직접 핫케이크 가루로 만들어 주시거나 도나스 가루를 사서 집에서 만들어 먹었어요.
엄마가 반죽을 해서 얇게 펴주시면, 언니와 저는 각각 주전자 뚜껑과 삼다수 뚜껑으로 도넛 반죽을 컷팅해요.
엄마는 기름에 튀겨 주시고요.
고소한 도넛 냄새가 온 집안에 향긋하게 퍼졌던 포근한 생각이 나네요!
모든 어린이가 피자빵을 좋아하니까 (맞죠? 피자빵 안 좋아하는 어린이를 본 적이 없어요.) 저도 예외는 아니었고요.
문방구나 슈퍼를 갔다가 친구네 빵집 옆을 지나갈 때면 풍기는 고소한 빵 냄새의 유혹이 엄청났어요.
당시 삼백 원으로 과자나 하드, 컵떡볶이 사 먹던 때니까 피자빵이 오백 원 했던 것 같은데 저렴한 간식은 아니죠.
매번 군침만 삼키고 못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눈독 들이던 것은요.
피자빵이 아니었어요.
바로 캐빈디쉬 캔디!
모두들 과일 모양의 캔디에 살짝 슈가파우더 같은 것이 묻어 있어 서로 달라붙지 않게 되어 있던 이 캔디 기억하시죠?
할머니집 가면 있던 사랑방캔디와 함께 향수를 자극하는 쌍두마차 캔디!
이 캐빈디쉬 캔디가 정말로 먹고 싶었습니다.
일단 모양이 너무 예쁘고요.
레몬 모양은 레몬맛, 오렌지 모양은 오렌지맛..
여러 가지 맛을 하나의 제품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어린 제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하. 지. 만..!
이 캔디류는 제과점에서 선물용 제품으로 취급하기에 가격이 꽤나 나갔습니다.
캔으로 된 제품이 천 원, 병으로 된 제품은 삼천 원이 넘었어요.
그때 짜장면이 이천오백 원~삼천 원 하던 때니 지금으로 치면 병제품은 칠천 원 가까이하는 거죠.
사 먹고 싶은데 계속 눈으로만 구경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엄마가 사줬었는지, 친척 어른이 사주셨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아요.
꿈에만 그리던 캐빈디쉬 캔디 레몬맛 캔 제품을 먹게 된 날이 왔습니다!!
기대에 차서 캔 옆부분을 둘러싸고 붙어있는 스티커를 제거하고,
냄새를 먼저 양껏 맡아보고(맛에 비해 사실 캔디는 냄새가 많이 나지는 않아요 ㅎㅎ),
혓바닥으로 레몬 모양의 결을 하나하나를 느끼면서 아끼고 아껴서 먹었어요.
다 먹은 후에는 양철 캔마저 애지중지 보관하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 숙대입구를 지나다가 세계과자 전문점에서 길거리에 내놓고 판매하는 캐빈디쉬 짝퉁을 발견했어요.
제가 먹었던 캔의 두께보다 두 배는 더 두껍고, 지금 제 지갑도 어린 시절의 저보다는 아주 많이 두꺼워졌는데요.
잠시 멈칫 하긴 했지만 결국 사지 않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캐빈디쉬 정품이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어린 시절에 먹던 달콤한 캔디를 추억으로만 남겨두고 싶은 건지.
어렴풋이 기억나는 캔디의 과일향이 코 끝을 스칩니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2.13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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