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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05. 2023

[단편] Hola, Cafe MOX NOX

[가수 제미나이의 Hola라는 곡을 듣고 써본 단편 소설입니다. 가사 뜻을 모른 채로 멜로디만 들으며 상상하며 썼는데, 다 쓰고 찾아보니 역시 이별 노래네요. 노래를 감상하며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번 주에 야근 많이 해서 좀 피곤한데.
집에서 쉬고 싶어서, 데이트는 카페에서 짧게 하는 걸로 할까?



빛나는 화면 속 메시지에서 너의 온기를 찾을 수 없다.

내게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건조했을 너의 눈동자를 상상해 본다.


프로필 사진의 히스토리가 모두 사라졌다.

우리가 같이 만들었던 수제 맥주 사진도, 지난겨울 함께 만들었던 눈오리 사진도, 1주년 기념일에 갔던 홍콩 익청빌딩 앞에서 찍었던 사진도 모두.


내가 줬던 꽃다발 사진이었던 너의 프로필 사진은 며칠 전 네 친구들과 찍은 네컷사진으로 바뀐다.


사진 속 너는 한쪽 눈은 윙크를 한 채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고 양손으로는 미키마우스 머리띠의 귀를 잡고 있다.

사랑스럽고 활기찬 너의 붉은 프로필은 내가 더 이상 떼를 쓸 수 없는 파랗게 식은 말들을 화면에 띄운다.






34도가 넘는 후덥지근한 날씨, 작열하는 태양이 무한한 주황색 에너지를 뽐내는 한 여름의 낮.

네 메시지를 확인하는 손 끝부터 따갑게 시린 감정이 가슴 깊은 쪽을 향해 조금씩 서늘하게 얼어간다.


진짜일리 없는 오한이 드는 느낌에 몸서리를 치고 침대에 가 눕는다.

분명 추운데 땀이 난다.

땀이 나는데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는다.

눈치 볼 사람은커녕, 이 집에 생명이라곤 나 밖에 없는데 밭은 숨을 몰아 쉰다.

희미한 라벤더향이 스친다.

얇은 여름용 이불을 뚫고 햇살이 비춘다.



-알겠어, 3시에 집 앞으로 갈게.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가 몸을 씻는다.

입 안에서 체온만큼의 온기로 말랑이 씹히고 있던 껌이 온몸에 붙은 듯 끈적한 피부를 더 뜨거운 물로 문지른다.

1.5평 남짓의 작은 화장실 안이 뿌연 하얀색 수증기로 가득 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함께 침대에 누울 때 네 머리칼에서 나던 라벤더 샴푸 냄새가 내 머리에서 난다.


화장실 문을 열고 머리를 말린다.

자욱하던 수증기들은 터진 문 쪽으로 시나브로 옅어진다.

드라이기의 강한 모터 소리에 때문인지 머리가 아파온다.

드라이기는 다시 내려두고, 수건을 가지고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턴다.

머릿속의 재수 없는 끈적한 생각도 털어내듯이.






무슨 옷을 입을지 오늘은 특히 긴장이 된다.

너를 처음 만나기로 한 날에도 이렇게 거울 앞에 서서 오랜 시간 설렜는데.

서랍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는 흰색 옷이 라벤더 향을 뿜으며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

세탁기에 가져다 둘까 생각했는데, 그냥 그러지 않기로 한다.






집 앞에서 너를 기다리는데, 너는 집 현관이 아닌 건물 오른쪽 편에서 걸어온다.


"왜 거기서 와?"

"잠깐 어디 좀 다녀오느라고."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너의 머리카락에서 내가 모르는 샴푸향이 난다.

천천히, 조금씩, 서늘해지던 심장이 갑자기 불현듯 뜨거워진다.

이번엔 가슴 쪽에서 손가락 끝으로, 뜨거운 맥박이 터질듯하다.

이쯤 되면 내 심장 소리를 모두가 들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심장의 위치가 언제부터 가슴이 아닌 고막 옆이 된 걸까.





"앨리로 갈까?"

"거기 도장 쿠폰 얼마 전에 써서. 다시 모으기 귀찮아서 안 가도 될 거 같아. 거기 말고 목스녹스가자."


이제 도장 1개만 더 받으면 쿠폰 완성이라고, 들뜬 네 목소리가 기억난다.






아직 내일의 휴일이 남아있는 토요일 오후, 차분하지만 묘하게 신난 사람들이 가득 찬 카페 목스녹스.

커다란 화분 속 초록색 나뭇잎들이 에어컨 바람에 불규칙하고 미세한 진동으로 흔들린다.

주문할 메뉴를 내게 말하고 네가 화장실에 간 사이, 진동벨이 테이블에서 울리는 소리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버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 너와 뜨거운 라떼를 시킨 나.




아메리카노 잔의 겉면에 물방울이 맺히기도 전에 나는 이 카페에서 혼자가 된다.

네 잔에는 한 모금 정도의 양만큼만 줄어든, 다시 말해 아직 가득 찬 잔이 주인을 잃은 채 이제야 눈물을 한 방울씩 또르르 흘리고 있다.


급하게 절반쯤 마시다 방치된, 에어컨 탓인지 차갑게 식은 내 몫의 라떼를 뒤늦은 지금 한 모금 마시니 향이 외롭게 쓰다.

오랜 시간 절반만 남은 라떼를 담고 있던 컵 허리에는 커피가 남긴 자국이 날카롭다.

금이 간 듯 아프다.



황급히 너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다 깨닫는다.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한 네 사진이 기본 프로필 사진으로 바뀌어있다.


카페 테이블의 티슈를 집어 무너지는 얼굴을 가려본다.


티슈 중앙에는 카페 로고가 인쇄되어 있다.



Cafe MOX NOX, 곧 밤이 온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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