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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13. 2023

해도 티 안 나는 살림 Best 5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살림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설거지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아파트 침대에서 번지 점프를
우리 집 역 앞에서 스트립쇼를
야이야이야이야이야



자우림 <일탈>을 개사해 보았습니다.

살림 정말 하기 귀찮습니다.

해도 티가 안 나거든요.

청소, 설거지, 빨래, 하면 티 나지 않냐고요?

억울합니다.

그런 건 살림 축에도 못 낍니다. 



지금부터 해도 티 안나는 살림 Best 5 말씀드리겠습니다.



1. 화장실 줄눈 물 때 및 곰팡이 제거


저는 화장실은 태초부터 깨끗하고 락스냄새나는 공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왔습니다.

신의 가호일까요?

아니요.

당신이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 공간을 관리하는 당신 집 누군가의 노고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은 강력합니다.

포세이돈이 분노하는 장엄한 바다의 파도만 강력한 것이 아니라 샤워를 마치고 졸졸 흐르는 마지막 쪼그마한 물줄기조차 당신 집의 줄눈에 붉은 물때를 끼게 하기에 충분히 강력합니다.

미워 죽겠습니다.

흐르라고 구배까지 맞추어 놓았는데 고여있는 물.

본인이 호수입니까?

얄밉습니다.


이케아에서 1,900원 주고 사온 스퀴지로 물과의 사투를 벌이지만 몇 주 가지 못해 무릎을 꿇습니다.

리터럴리 말 그대로 무릎을 꿇고 <홈스타 바르는 곰팡이 싹>으로 줄눈에게, 아니 줄눈에서 나를 붉게 비웃고 있는 물때를 응징합니다.

발라 두고 시간을 좀 보내고 오면 어느새 새하얗게 변한 욕실.

해도 티 안나는 살림 첫 번째를 마무리합니다.



2. 부엌 서랍 안 비닐봉지, 호일 등 정리


서랍 안에 물건이 가득 차면 뒤로 넘어갑니다.

뒤로 안 넘어간다?

걸핏하면 턱턱 걸려서 슬라이딩 서랍이 잘 안 닫힙니다.

안 그래도 바쁜데 튕겨져 나오는 서랍에게 눈치 좀 챙기라고 말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 서랍에 넣어 놓고 쓰던 비닐봉지가 종이 상자 째 없어졌다?

가출이 아닙니다.

어두컴컴한 서랍 뒤로 넘어가서 당신이 자기를 잊지 않고 구출해 주기 바라며 오매불망 기다리는 종이 상자를 꺼내줍시다.

손을 까딱까딱해도 서랍의 높이 때문에 구출이 불가합니까?

서랍을 탈거하고 상자를 구합시다.

전우끼리는 서로 버리는 거 아닙니다.




3. 로봇청소기, 핸디청소기 먼지통 비우기


청소기를 돌리면 바닥이 깨끗해지니까 하면 티 나는 살림입니다.

근데 그 안에 먼지통을 비우는 일? 당연히 티가 안 납니다.

그렇다고 안 하면?

깨끗해지자고 청소기를 돌렸는데 먼지통에서 역으로 먼지를 토하며 집안을 누비는 로봇을 보게 됩니다.

제때제때 비워줍시다.




우리 집은 LG 코드제로나 삼성 제트 같이 자동 먼지비움 기능이 있는 스테이션을 갖춘 최고급 청소기가 아닙니다.

이제 내 피부와도 다를 바 없는 마스크를 끼고 직.접. 손.수. 비워줍니다.




 4. 신발장 및 현관 정리


철이 바뀌면 신는 신발도 변화가 있습니다.

평소엔 이 신발 저 신발이 현관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거의 집들이를 방불케 합니다.

손님이 한 20명 온 줄 압니다.

좌식형 줄 서는 맛집 입구인 줄 압니다.

다 내 신발입니다. (머쓱)





신발장을 열면 <나 홀로 집에>에서 케빈이 마브와 해리를 골탕 먹이기 위해 준비라도 한 듯이 신발들이 나를 향해 와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영화 주인공(인데 이제 역할이 당하기만 하는 악당)이 되고 싶지 않다면 정리해야 합니다.

물론 원래 닫혀있던 공간을 정리하는 것이니 티? 안 납니다.

기대하지 마십시오.



5. 이불, 베개커버 빨래


겨울 내내 3개월 동안 이불 안 빠는 사람, 많죠?

겨울 지나고 한 번 빨아서 정리해서 두는 사람, 많죠?

손 들라고 안 하겠습니다. 많은 거 다 압니다.

저도 결혼 전에 그랬습니다.





이불 빨래 진짜 쉽지 않습니다.

건조기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없으면 빨래가 문제가 아니라 건조가 문제입니다.

타이밍 안 좋게 잘못 빨았다가 밤에 덮을 이불이 없습니다. 

훗. 저는 건조기 있습니다. 자랑입니다. 


근데 있건 없건 어쨌든 티가 안 납니다.

그래도 이불 빨래 한 날은 자려고 덮을 때 포근한 섬유유연제 냄새 나서 기분은 좋습니다.







제가 정리한 해도 티 안 나는 살림 Best 5는 위와 같습니다.

여러분을 괴롭게 하는 티 안 나는 살림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되었든,

빕니다.

건투를!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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