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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Feb 19. 2023

29금! 어른이를 위한 판타스틱 놀이터, 과천 리플릭스

술도 안 팔고 선정적이지도 않지만 29세 이상에게 최적화된 별난 아지트


게임보이. 해리포터. 만화방
vs
닌텐도. 겨울왕국. 코인노래방



본인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자.

전자와 후자 중 어느 것이 더 익숙한가?

다시 강조하지만 본인의 '어린 시절'이다.


만약 전자라면 이 글을 계속 읽고, 후자라면 스크롤을 내리길.


낄낄.

같은 말이다.


전자라면 향수에 젖으며 이 엄청난 가게(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의 매력에 흠뻑 빠지면 된다.


후자라면 이런 세계도 있다는 것을 신기해하며 읽으면 된다.


※주의: 가게의 주인장과 아무 관계없음. 내돈내산 방문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열풍으로 요즘 아이들도 달고나를 알고 먹어본 경험이 있다.


한때는 인터넷에서 달고나 만들기 키트가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HACCP(해썹, 식품위생인증) 인증을 받은 최신식 공장에서 위생적으로 만들어진 달고나, 심지어 포장도 예쁘고 깔끔한 틴케이스에 들어 있는 달고나를 맛본 어린이들은 지금의 어른들이 얼마나 강인하고 위대한 존재인지 알 리가 없다.


우리는, 그러니까 어른들은, 동네 문방구 앞에서 백 원을 넣어 사용하는 기계에서 직접 달고나를 만들어 먹었다.


동전을 넣으면 나오는 설탕가루를, 몇십 명이 사용했는지 겉은 까맣게 타고 속은 찐득한 설탕이 채 녹지 않은 구리 국자에 담아서 기계 윗부분에 있는 열판에 올려 만든다.


기계 근처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소다 가루를 콕 찍어서 달고나를 완성.


위생? 개나 줘.


우리는 바닥에 떨어진 과자도 엄격한 3초 룰(떨어진 음식이 3초가 지나기 전에 주워 먹으면 안전하다고 믿는 민간신앙.)에 입각하여 주워 먹는 세대였다고! (엣헴!) 


여하튼 여기까지 읽으면서 '뭔 소리야?'가 아니라 '흐흐흐. 어릴 때 생각나는군.' 하고 있다면 이곳을 좋아할 확률이 75% 정도 된다.


상호명: 리플릭스
 
위치: 경기도 과천시 사기막길 33
 
정체: 오락실 + 만화방 + 건프라 조립 작업장 + LP 감상실 등이 한 데 버무려진 어른이를 위한 판타스틱 놀이터

추천메뉴: 구운 치즈라면 (이곳에 방문하고 구운 치즈라면을 먹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

추천연령: 29세 이상. 또는 오락, 만화, 건담, 프라모델, LP에 덕력이 출중한 20대.
참고로 노키즈존은 아니지만 위드페런츠존이라 해야 하나?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자세한 설명은 가게에 전화해서 물어보시길.



이곳은 일단 위치부터 특이하다.

자차로도 갈 수 있는데, 혹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과천정부청사역에서 약 15분 정도 걸어야 하고 뭔가 이런데 가게가 있다고? 할법한 위치에 있다.


그냥 조용한 주택가 중간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다.


꽤나 큰 독채를 지하부터 2층까지 통으로 사용하는 이 요상한 곳은 여러 분야의 덕후들 또는 그냥 30~40대 머글들에게 작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곳은 그냥 어떤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모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인이 한 것이라고 믿기 힘든 퀄리티와 양의 장난감(?)들이 있다.



이미지 출처: 리플릭스 업체 공개 사진



우선 지하 1층. 오락실과 만화방이다.


아주 오래된 게임보이부터 어릴 적 오락실에서 자주 하던 게임까지, 미니 오락실이 있다.


나는 버블버블(a.k.a 보글보글)과 봄버맨을 했다.




만화방은 어떤 지방의 만화방이 문을 닫을 때 직접 가서 그곳에 있는 만화책들을 전부 사 오셔서 거를 건 걸러내고 재밌는 것들 위주로 남겼다고 하신다.


그런데 그 남은 양이 이제 중형 만화카페 수준인...





1층은 큰 거실, LP감상을 할 수 있는 공간과 간식거리를 살 수 있는 카운터 겸 매점, 그리고 건담과 프라모델 등을 작업할 수 있는 작업실이 있다.





2층은 라운지, 작지만 아늑한 해리포터의 비밀의 방, 믹스테이프를 작업할 수 있는 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주로 지하 1층에서 오락을 좀 하다가 만화랑 책을 보면서 늘어져 있었다.


잠이 솔솔 오는 리클라이너 소파. 일찍 가서 선점하면 좋다.




일을 하다가 일상에 지쳐서 하루쯤 <자체 직장인 방학>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나, 신박한 데이트 코스를 원하는 사람, 또는 여러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별천지가 될 수 있으니 추천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1~2시간 코스로 가는 것보단 하루 종일 즐기는 것을 추천!


만화책이나 오락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 아이와 함께 즐길 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비추이다.


그리고 당신이 누구이든,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구운 치즈라면'을 꼭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시? 내가 무척 아쉬워함...





이 공간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평범한 주택가에서 만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네 집.


서울 근교에 방문할 의향이 있다면 언젠가 와보길! (구운 치즈라면 꼭 잊지 마시고.)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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