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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y 07. 2023

11.5네요. 아쉽지만 오늘은 안 되겠어요.


“11.5네요. 아쉽지만 오늘은 안 되겠어요.”


12.0이 넘으면 성공인데 오늘은 실패다. 


지난번에는 13.5도 나왔었는데. 


“한 번만 더 해주시면 안 될까요? 언젠가 한번 다시 하니까 12.0 넘게 나와서 했었거든요.”


“한 번 더 해도 보통 똑같아서, 오늘 집에 돌아가셔서 푹 쉬시고 식사 잘하시고 다음번에 오세요.”



12.0, 이 숫자가 도대체 뭐냐고? 


성분 헌혈 시 공여자 피 속에 존재해야 하는 헤모글로빈 수치의 기준이다. 


나는, 프로 헌혈러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부터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헌혈하기였다. 


그리고 드디어 ‘은장’ 헌혈 유공패와 상장을 받을 수 있는 30번째 헌혈을 앞두고 헤모글로빈 수치 기준 미달로 빠꾸를 먹었다. 


사실 전 날에 식사를 부실하게 한 터라 왠지 아슬아슬한 느낌이었는데 역시나. 


시간 들여 기대하며 온 헌혈의집에서 목적 달성은 실패. 


실망한 내 발걸음은 껌 붙은 운동화 밑창을 질질 끄는 듯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내가 아니지. 


마트에서 세일하는 소고기를 카트에 던져넣고 장을 봐 와서 당장 구워 먹고, 내일 재도전 간다. 






잠도 푹 자고 식사도 왕창 했다. 


어제 갔던 곳과는 다른 지역에 있는 헌혈의집에 왔다. 


처음 와본 곳인데 새 건물에 있어서 그런지 여태 가본 곳들 중에 가장 쾌적하고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다.



“어제 잠 잘 주무시고 식사도 잘하셨죠? 몸 상태 안 좋거나 최근에 병원 다녀오시거나 한 것 없으시고요?”


이제는 익숙한 문진 간호사 선생님의 대사가 얼른 끝나길 기다린다. 


선생님! 빨리 헤모글로빈 검사요!!! 



“자 따끔합니다. 따끔~” 


헤모글로빈 수치 검사는 통상 왼 손의 네 번째 약지 끝부분을 일회용 스프링 바늘처럼 생긴 도구로 살짝 찔러 피를 내서 전용 키트에 담아 기계로 검사를 돌린다. 


나의 긴장한 눈동자의 시선은 검사 기계에 강력하게 달라붙는다. 


제발... 제발....! 제발...!!!!!!!!! 


내 동공에 반사된 수치는....... 13.5!!!!


아싸!!! 드디어 됐다!!!! 나도, 은장이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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