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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r 05. 2023

나의 생활 잡기술을 소개합니다


이력서에는 쓸 수 없지만 우리끼리 자랑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른바 '나의 생활 잡기술을 소개합니다' 코너.


여러분은 어떤 생활 속 잡기술을 가지고 계시나요?


저는 약 세 가지 잡기술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 음식물쓰레기를 잘 버립니다.


이거는 거의 진짜 게임으로 치면 보스몹 때려잡는 궁극의 기술 아닐까요?


어디선가 그런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프러포즈를 할 때, '절대 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게.' 같은 지키지도 못할 소리 하지 말고, '절대 네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할게. 음쓰는 항상 내가 담당할게.'라는 말을 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겠느냐고요.


음하하. 저는 지난번 글에서도 말한 적 있지만, 비위가 강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요리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요리를 하고 먹으면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 담당은 접니다.


오늘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물론, 버리는 칫솔로 싱크대에 물때까지 싹싹 청소해서 기분이가 좋아요.






두 번째, 각종 수산물 손질이 가능합니다.


멍게와 해삼 손질, 연어회 다시마 숙성 등이 가능합니다.


멍게 손질 진짜 쉬워요.


동네 시장에서 사면 요새 1kg에 8천 원 9천 원 하더라고요.


싸면 7천 원도 하고요.


근데 인터넷에서 시키면 3900원이에요.


2킬로 이상만 사면 배송비 해도 훨씬 쌉니다.


이맘때 되면 멍게랑 해삼이랑 통영에서 주문해서요.


집에서 손질을 합니다.


멍게는 주둥이 두 개가 뾰족 나와있잖아요.


입수구와 출수구거든요.


그 부분 잘라내고, 칼을 납작하게 가로로 해서 반 가르고, 중간에 내장 S자로 칼집내서 손질하고, 뿌리 부분에 엄지 손가락 넣어서 밀어내듯 멍게 살 뜯어내서 먹기 좋게 자르면 끝입니다.


초장에 똬 찍어서 챡 먹으면 바다가 입안에 넘실거리지요.


물로 너무 씻어내면 멍게향이 다 날아가니까 손질할 때 나온 멍게 속에 있던 물로 대충 헹구거나, 물로 헹굴 땐 빠르게 헹궈야 합니다.



갓 손질한 멍게로 만든 비빔밥


해삼은 미끌미끌한 겉 부분을 잘 닦은 뒤 주둥이랑 꼬리 잘라내고 배를 갈라서 내장을 손질한 뒤 먹기 좋게 썰면 끝입니다.


해삼 내장은 귀한 식재료라서 따로 모아서 먹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해삼은 자르면 딱딱하게 변하는 게 신기하긴 해요.


얼른 먹는 게 좋습니다.


아무튼 해산물을 워낙 좋아해서 유튜브 보고 배웠는데, 배울만한 것도 없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번거로워서 깐 멍게 사고 그러시더라고요.


쓰레기 처리도 귀찮기도 하고요.


저야 뭐 손질하는 것도 즐거워서 활멍게를 그대로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연어 필렛도 통째로 사 와서 그냥 회 떠먹는 것보다, 다시마와 청주로 싸서 숙성시킨 뒤 먹으면 훨씬 맛이 좋습니다.


다시마와 청주 숙성을 마친 연어를 살짝 환만식초에 헹궈내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헤헤.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연어


두 번째 잡기술은 그냥 먹을 것을 좋아하는 먹보라서 발달하게 된 것 같네요.






세 번째, 간단한 포토샵과 영상편집을 할 수 있습니다.


요새는 어플이 하도 잘 나와서 컴퓨터로 하는 편집툴을 사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곤 합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한 아이돌 팬카페의 이미지 편집 담당 운영진이었거든요. 하하.


초등학생인데 운영진 된 게 웃기죠? (엣헴)


담당했던 업무는 인터넷에서 불펌한 사진을


(그때 당시에는 이미지 저작권 같은 개념이 실로 없을 때라 돌아다니는 연예인의 사진을 마구 퍼다가 사용했습니다.)


 예쁘게 보정해서 (그때 당시의 예쁨의 기준: 무조건 뽀샤시) 올리거나


축전(연예인의 인물 사진에 반짝반짝한 별 모양 효과 등이 움직이는 gif 파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보면 완전 촌스럽...) 만들기,


회원들의 동꼬(동영상 꼬랑지라고 해서, 당시 1세대 아이돌 팬 문화 서브컬처의 일환으로 각자의 닉네임을 gif 파일로 움직이게 만든 것을 동영상 꼬랑지, 줄여서 동꼬라 불렀습니다.) 만들어서 뿌려주기 등이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단축키로 웬만한 간단한 작업들을 수행할 수 있는 멋진 팬클럽 꼬맹이로 성장을 거듭하였고 지금은 아이들 교재 표지를 만들거나 홍보물을 만들 때 이 능력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웨딩 촬영을 셀프로 간소하게 했는데, 사진 밝기랑 다리 길이만 조금 수정을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숨고나 탈잉, 크몽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적은 가격으로 할 수 있지만, 스타벅스 커피 기프티콘 하나 받고 제가 15분 만에 해서 보내줬습니다.


친구가 보내온 모바일 청첩장에 그 사진이 들어가 있으니 무척 뿌듯했습니다.






이게 어디 이력서에 쓰거나 누구한테 만나서 자랑할 만한 것들은 아니지만 실제로 제가 생활함에 있어 스스로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나이 먹어가면서 더 많은 생활 잡기술을 연마하고 싶어요.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진다는 건 뿌듯하고 자아효능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분이 가진 생활 잡기술은 뭔가요?


혹시 꿀팁 있으면 공유해 주세요.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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