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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로 Mar 06. 2023

새 학기 갓생 시작

이 정도면 갓생


새 학기 시작은 3월 2일이지만은 목요일이었기 때문에 반쪽짜리 시작 같은 느낌이 있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일주일 사이클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마다 일주일의 시작이 일요일이냐 월요일이냐에 대해선 분분한 의견차이가 있다.


나는 월-목(아웃풋데이), 금-일(인풋데이)로 일주일을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에 오늘 월요일이 한 주의 시작인 셈이다.






초등학생일 때는 방학 생활 계획표를 그렸던 것 같다.


집에서 어느 정도 큰 접시를 하나 고른다.


종지나 밥그릇보다는 중접시 정도 되는 것이 좋다.


A4 용지 위에 그 접시를 철푸덕 엎어 둔다.


접시의 가장자리를 따라 연필로 동그라미 모양을 그린다.


자를 대고 동그라미를 가로지르는 지름을 두 번 찾아, 그 지름들이 교차하는 지점을 원의 중심으로 잡는다.


동그라미를 24시간으로 나누어 불규칙한 피자 조각이나 케이크 조각을 자르듯 내 맘대로 시간을 재단한다.


아침밥 먹기, 운동하기, 독서하기, 점심밥 먹기, 방학숙제 하기, 게임 휴식 시간, 저녁밥 먹기, 드라마 보기, 영어단어 외우기, 취침. (취침 시간엔 꼭 zzZ 이 모양을 그려 넣어야 제맛이다.)


칼같이 재단한 시간의 틈 사이에는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는 숨 고르기 타임 따윈 없다.


그러니 지킬 리가 만무하다.


중학생이 될 쯤부터는 이러한 방학 생활 계획표의 무쓸모함을 여러 해 느끼다 보니 그리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뇌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억들을 모아두는 곳에 먼지 쌓인 채 저장되어 있던 생활 계획표를 다시금 꺼내왔다.






어젯밤, 앞으로 계획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얼기설기 생활 계획표를 짜 봤다.


물론 동그라미 접시는 그리지 않고서.


대략적으로 일, 취미, 생활습관 등으로 나누어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일부러 러프하게 짰다.


오늘 첫 시작을 멋지게 하고 싶었다.


8시 30분, 알람이 울렸지만 여러 번 끄면서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다 9시 30분에 드디어 거실로 나왔다.(1차 실패!)


여태 살면서 아침에 일어나면 양치하지 않고 바로 음식물을 먹었는데, 밤새도록 입에서 세균이 번식하기 때문에 아침 양치가 좋다는 영상을 봤다.


요즘 치통이 조금 있어서 아침 양치를 가장 먼저 했다.(1차 갓생!) 습관화를 하고 싶다.


밑반찬으로 밥을 챙겨 먹고, 파프리카도 먹은 뒤 곧바로 밖으로 나갔다.(2차 갓생!!)


지금 사는 동네는 걷기가 참 좋은데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는 늦잠을 자느라 오전을 다 날려먹었고, 그 후엔 겨울철이 와서 춥다는 핑계로 걷지 않았다.





1시간을 걷고 오니 개운하다.


걸으면서 산으로 연결되는 산책로? 등산로? 도 발견했다.


이미 많은 어르신들이 등산복 차림으로 그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등산은 인생과도 같아서 언제 어느 시간에 가도 나보다 먼저 올라가는 사람이 있고, 나보다 나중에 오르는 사람이 있다던데.


나에게는 나름대로 부지런한 갓생의 시간이었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이미 새벽같이 식사를 하고 신문도 보신 뒤, 고즈넉하게 산책 겸 등산을 하시는 시간인 것 같다.


이렇게 시간은 각자가 가진 시계의 상대적인 박자로 흐르고 있다.


어제 편의점에서 샀던 고대 맘모스빵을 간식 삼아 먹으면서 오늘 하루를 대략적으로 머리로 짜 본다.


해야 할 공부들, 처리해야 할 일들, 읽어야 하는 책, 써야 하는 글.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다면 책도 오늘 하루 종일 한 권을 다 보아야 한다고 써두었겠지만, 이제는 5권을 빌리고 2권을 못 보고 반납해도 3권이나 읽었다며 스스로 칭찬하는 어른이 되었다.






이번 주의 특기할 만한 계획은 엄마와 식사하기.


엄마는 코로나에 재감염되었다.


지금은 격리해제가 되었고, 마침 파프리카도 많겠다 엄마가 좋아하는 월남쌈을 준비해서 함께 식사하면 좋을 것 같다.


또, 댄스학원 나가기. 방학이 끝나서 수업 시간 조정이 되었기에 이제 오전 타임에 다시 댄스를 나갈 수 있다.


5주 정도면 이제 댄스가 끝나서, 그다음에 또 어떤 운동을 이어할 지도 슬슬 알아봐야겠다.


마지막으론 방통대 수업 듣기.


벌써 과제물 하나를 해치웠다.


토요일 밤, 집에 혼자 있으면서 약 3시간 넘게 숙제를 했다.


남은 과제물 하나를 하려면 동영상 강의를 보아야 하기에 틈틈이 봐야 한다.


작심삼일이라 해도 일단 오늘 하루 기분 좋게 시작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얼른 머리를 말리고, 해야 할 일을 쳐내야겠다.


갓생러들은 어떻게 하루를 그리 바쁘게 사나 했더니, 갓생 사는 나에 도취된다면 할 법도 하다.


그 어떤 마약보다 강력하지만 세상 무해한, 갓생마약!


단 하루만이라도 취해봐야겠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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